독재자는 쓰러졌지만 이집트 정국은 여전히 안갯속을 헤매고 있다.
30년간 이집트의 독재자로 군림한 호스니 무바라크 전 이집트 대통령이 19일(현지시간) 혼수상태에서 인공호흡기로 생명을 연장하는 신세가 됐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앞서 이집트 관영 메나(MENA)와 AFP 등은 무바라크가 심장이 정지된 임상적 사망 상태에 빠졌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무바라크는 튀니지에서 시작한 ‘재스민 혁명’ 여파로 지난해 2월 실각한 뒤 군부에 권력을 이양했다.
그는 이후 건강악화로 병원에 입원했으며 지난 2일 법원에서 종신형을 선고받았다.
독재자의 퇴진과 대통령 선거로 이집트에는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커졌지만 상황은 악화일로다.
이집트는 지난 16일부터 이틀간 60년만에 처음으로 대통령을 뽑기 위한 민주주의 선거를 실시했다.
무바라크 정권의 상징적 인물인 아흐메드 샤피크 전 총리와 각축을 벌인 무슬림형제단의 무함마드 무르시 후보의 당선이 유력한 상황이지만 군부가 사실상 계엄 상태로 이끌면서 국민들이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군 최고위원회(SCAF)는 입법부와 행정부를 모두 이슬람 세력에게 넘겨줄 위기에 처하면서 군부의 권한을 유지·강화하는 임시헌법을 발동했다.
이로써 SCAF는 향후 총선 일정과 대통령 권한을 좌지우지할 수 있게 됐다.
이집트 선거관리위원회가 21일 무르시의 당선을 공식 발표하더라도 사실상 ‘식물 대통령’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커진 셈이다.
무슬림형제단은 이날 타흐리르 광장에서 군부에 대항하는 대규모 항의시위를 벌이면서 대응하고 있다.
하원의원들도 전일 군부의 결정을 거부하고 의회에 대한 군의 통제를 해제할 것을 요구했다.
무슬림형제단이 이슬람주의적 색채가 강해 국민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얻고 있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이집트 군부에 대한 국제사회의 압력도 거세지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전일 “군부가 권력을 이양하지 않으면 수십억달러 규모의 군사·경제 원조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