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로존 위기 완화로 국내증시가 상승하면서 증시 향방에 대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이번 상승장은 올 초와는 달리 삼성전자가 독주하는 장세가 아니라는 점에서 한치 앞도 예상하기 힘든 안개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 20일 코스피지수는 미국의 추가 경기부양 기대감에 지난달 14일에 이어 1개월여 만에 1900선을 회복했다. 이번 코스피지수의 상승세 역시 외국인이 주도했다. 외국인은 유가증권시장에서 20일까지 3거래일 연속 순매수세를 보이며 8000억원이 넘게 사들였다. 그러나 삼성전자에 매수세가 집중되지는 않았다.
이는 주가에서 바로 나타난다. 삼성전자의 주가는 지난달 14일에는 131만4000원이었지만 20일 종가는 125만2000원으로 5% 가까이 낮았다. 시가총액 비중도 예전만 못하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14일 삼성전자는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17.5%를 차지했지만 20일에는 16.8%로 낮아졌다. 3월 중순까지 51%를 웃돌던 외국인 지분율도 49%대로 떨어졌다.
삼성전자에 대한 시선은 증권가에서도 차갑게 변해가고 있다. 지난 19일 한국투자증권은 삼성전자의 목표주가를 195만원에서 170만원으로 내렸다. 서원석 연구원은 “D램 및 낸드(NAND) 플래시 메모리 가격 하락에 따른 반도체의 실적개선 지연과 유럽 재정 위기에 따른 수요 증가 둔화를 반영했다”며 “삼성전자의 2분기 매출 전망치를 50조4000억원에서 49조2000억원으로, 영업이익 예상치는 7조1000억원에서 6조6000억원으로 하향 조정한다”고 말했다.
다음날 김영일 대신증권 연구원도 “하반기에는 삼성전자 쏠림 해소 과정에서 여타 업종의 상대적 강세가 예상된다”며 “그 이유는 외국인 지분율에 있다. 역사적으로 삼성전자 외국인 지분율은 42%, 51%, 60%수준에서 변곡점을 보여 왔다. 올해 들어 외국인 지분율이 51% 수준에서 저항을 받고 있다는 점에서 조정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의 주도 없이도 코스피지수가 2000선을 넘어설 수 있을지 주목된다. 오성진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외국인의 자금이 다시 유입되고 있지만 예전과는 달리 ETF(상장지수펀드)를 통해 전 업종에 균일하게 투자하는 성향이 강하다. 때문에 낙폭과대주는 상승폭이 크겠지만 삼성전자는 업종과 같은 정도의 움직임을 보일 것”이라며 “다만 7월 어닝시즌에서 주가의 차별화가 나올 수는 있겠다”고 예상했다.
반면 이선엽 신한금융투자 시황정보팀장은 “유로존의 위기로 일시적으로 반도체 실적이 떨어졌을 뿐 휴대폰 부문은 양호한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유럽위기가 일정부분 회복되면서 반도체 실적이 좋아지고 갤럭시S3의 출시로 올 초와 같은 삼성전자의 주도장세가 다시 펼쳐질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 팀장은 외국인의 지분율이 과도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삼성전자는 외국인 지분한도의 제한이 없는 종목이기 때문에 외국인이 좋다고 판단하면 100%까지라도 살 수 있는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