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계부서와 얘기를 나누며 업무를 보고 있습니다”
취임 한 달을 맞이한 김주현 예금보험공사 사장이 전하는 그간의 소회는 짧았다. 제8대 사장으로 취임한 이후 저축은행 사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등 금융권 주요현안으로 바빴을텐데도 오히려 담담한 모습이었다.
혹자는 금융환경이 난관에 봉착할 수록 예보의 역할이 두드러질 수 밖에 없다고 얘기하지만 김 사장은 “예보법에 의거한 업무를 수행할 뿐”이라는 ‘겸손한’ 메시지를 전했다.
현재 예보는 금융권의 ‘핫 이슈’를 다루고 있다. 지난달 저축은행 3차 구조조정으로 영업정지된 솔로몬·한국·미래·한주저축은행 매각 작업을 진행하고 있으며, 10년째 추진하고 있는 우리금융 민영화 작업도 현재 실사에 나서며 호흡을 고르고 있다.
김 사장은 금융위원회 재직 때와 예보 사장으로 저축은행 현안에 임하는 자세의 차이점을 묻는 질문에 “금융위에서는 큰 방향을 정하는 거고, 예보는 그에 따라서 마무리 작업을 하는 곳”이라며 “(예보는) 부실금융기관이 지정되면 그에 따라서도 마무리하는 작업을 하는 것 같다”고 답했다.
익히 알려져 있는 것처럼 김 사장은 예보 사장으로 취임하기 전 금융위원회 사무처장에 자리하면서 부실 저축은행 구조조정 이슈의 핵심 인물이었다. 지난달 솔로몬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의 영업정지 명단을 발표한 사람도 김 사장 본인이었다.
그러다 보니 김 사장이 취임 전 예보 사장으로 내정됐다는 하마평이 떠돌았을 당시 예보 직원들은 실무에 능통한 이가 수장으로 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겼었다. 김석동 금융위원장도 저축은행에 한해서는 김 사장을 ‘에이스’라고 칭하며 무한한 신뢰를 내비치기도 했다.
현재 솔로몬저축은행 등 4개 저축은행 입찰의향서 접수를 마감한 결과 산은·우리·하나금융, 기업은행 등 굵직한 금융회사들이 참여했고, 이들을 포함해 총 10곳에서 투자자들의 인수 의향을 밝혔다.
저축은행 단독조사권과 관련 “단독조사권은 총리실에서 진행한 것이고, 그 결과는 보고 있다”며 “단독조사권 관련해선 얘기할 시점이 아니다”라며 신중한 모습을 보였다.
국무총리실은 지난해 9월 기획재정부와 행정안전부, 금융위원회 등 관계부처와 합동으로 ‘금융감독 혁신 방안’을 발표하고 예보의 금감원과 공동 검사를 의무화하고 저축은행에 대한 단독조사권을 확대키로 논의한 바 있다.
그렇다면 현재 예보가 운영하고 있는 가교저축은행에 대한 김 사장의 견해는 어떨까. 얼마 전 김 위원장은 가교저축은행 경쟁력 강화의 필요성을 언급한 바 있다.
이에 대해 김 사장은 “자동차 보험을 보면 사고가 났을 때 (보험을 통해)처리하지만, (보험이) 정작 사고가 안나게 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이 주된 업무가 아니다”라며 “(가교저축은행의) 경쟁력을 강화할 필요가 있지만 주된업무가 아니고, 금융위에서 기본적인 입장을 발표한다면 협의를 할 수 있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아울러 김 사장은 10년이 넘도록 표류하고 있는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작업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답했다. 예보가 우리금융의 최대지분을 갖춘 대주주는 맞지만 민영화 작업에 있어선 주도적인 역할이 아닌 공조의 역할에 위치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김 사장은 “우리금융 민영화도 정부와 공조해서 의견을 제시하는 것은 맞지만 기본적으로 예보가 우리금융 민영화 방향을 정한다고 여겨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예보가 우리금융의 대주주이지만 이 때문에 인사권을 가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라며 “큰 민영화 방안이나 전략은 기본적으로 공적자금관리위원회와 금융위가 진행하고, (두 조직이) 대외적으로 입장을 표명한다면 그 안을 만들어가는 과정에서 의견을 나누는 역할을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