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이 삼성전자와 구글을 한 표적지에 놓고 회심의 활시위를 당겼다.
미국 법원은 삼성전자와 구글이 공동으로 제작한 스마트폰 ‘갤럭시 넥서스’에 대해 애플이 제기한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써 삼성전자의 매출 타격은 물론, 애플과 삼성의 특허전이 애플과 구글 진영의 대결로 확산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 조치에 대해 즉각 항고하고 집행중지도 요청했지만, 승소할 가능성이 그리 높지 않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 삼성전자 미국서 2연패, 갤럭시S3까지 번지나= 삼성전자는 지난 일주일 동안 미국에서 두 제품(갤럭시탭10.1, 갤럭시넥서스)의 판매금지 조치를 당했다. 구형 모델로 매출에 큰 타격이 없을 것으로 보이는 갤럭시탭10.1에 비해 갤럭시 넥서스의 판금 처분은 타격이 클 전망이다.
법원이 애플에 요구한 공탁금을 보면 잘 알 수 있다. 공탁금은 가처분 결정이 법원에서 뒤집힐 경우, 삼성전자의 손해를 배상하기 위해 미리 맡겨두는 돈이다.
애플은 갤럭시탭 10.1 판매금지를 위한 공탁금으로 260만달러(30억원)를 냈지만, 갤럭시넥서스를 판매금지 시키기 위해선 9560만 달러(약1100억원)를 내야한다. 법원은 1년 간 삼성전자가 갤럭시넥서스를 판매하지 못함으로써 받게 되는 피해액을 약 1억달러로 추산한 것이다.
삼성전자의 집행정지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거나 본안소송에서 뒤집히지 않는다면 그 피해는 고스란히 삼성전자의 몫이 된다.
특히 애플의 다음 타깃이 갤럭시S3가 된다면 삼성전자가 입는 타격은 치명적일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미국 법원이 갤럭시넥서스 판매금지 가처분 결정을 내리면서 웹 검색을 하면 스마트폰에 저장된 정보까지 보여주는 ‘통합검색’ 특허 침해를 인정했기 때문이다.
애플은 지난달 5일 갤럭시S3가 ‘통합검색’과 ‘데이터 태핑’ 등 특허 2건을 침해했다며 기존 판매금지 가처분 소송과의 병합을 신청했다가 재판 일정이 연기된다는 법원의 설명에 일단 소송을 취하했다.
특허전문가 플로리언 뮐러는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애플이 지금 갤럭시S3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을 하는 경우 이길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전망했다.
◇ 특허전 애플 vs 구글 ‘확전’= 이번에 판매금지된 갤럭시넥서스는 구글과 삼성의 합작품이다. 지난해 10월 구글이 스마트폰 운영체제(OS) 안드로이드 4.0 ‘아이스크림 샌드위치’를 발표하면서 새 OS의 기준이 되는 폰으로 만들어 공개했다.
이번에 특허를 침해했다는 판정을 받은 기능도 구글 기능이다. 삼성전자가 갤럭시 넥서스 판매금지에 대해 구글과의 공동대응을 선언한 것도 이 때문이다.
애플의 이번 공격은 사실상 구글을 직접 겨냥한 것으로 분석된다. 애플의 전 CEO 스티브 잡스는 공공연히 구글 안드로이드 진영을 비난해왔다. 삼성전자와 애플의 특허전도 애플과 구글 진영의 대리전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았다.
애플의 아이폰과 아이패드가 전세계적으로 인기를 끌면서 경쟁사들이 잇따라 스마트폰과 태블릿PC 시장에 뛰어들었다. 모바일 패권을 지키기 위해 애플은 특허를 내세워 경쟁사를 압박하고 있다.
그 중 구글 안드로이드를 사용하는 삼성전자가 가장 강력한 경쟁자다. 옴니아 시절까지는 별 볼일 없는 상대였지만 갤럭시S와 갤럭시탭을 앞세워 애플 영역을 침범하면서 경쟁구도가 보다 분명해진 것이다.
지난해 11월 한국을 방문한 구글 에릭 슈미트 회장이 당시 최지성 삼성전자 부회장과 만나 애플과 특허전쟁을 벌이는 삼성전자를 도울 뜻을 내비친 것도 이같은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