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동과 종로를 연결하는 서울 도심의 지하는 거미줄처럼 상권이 형성돼 있다. 서울시 지하철 1호선 종각역 중심으로는 ‘종각지하쇼핑센터’, 지하철 2호선 을지로입구역에는 ‘명동지하쇼핑센터’와 ‘을지로입구 지하쇼핑센터’, 그리고 지하철 4호선 명동역의 ‘명동역지하쇼핑센터’가 위치한다. 이들 상가는 서로 멀리 떨어져 있지도 않다. 도보로 충분히 걸어다니며 서울 중심을 구경할 수 있다.
그중에서 종각지하쇼핑센터는 크고 쾌적한 시설뿐만 아니라 젊은 사람들이 찾는 ‘핫 플레이스’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곳의 상인들은 ‘지하상가’가 아닌 ‘지하쇼핑몰’이라고 당당하게 말한다. 보이지 않는 지하에 자리 잡았지만 자부심만은 대형 유통업체 못지 않다.
특히 눈여겨볼 것은 주위 지하상가와 비교될 정도로 누구나 알 만한 브랜드가 많다는 것이다. 화장품 브랜드숍인 ‘에뛰드하우스’, ‘이니스프리’, ‘보떼’, ‘아리따움’ 등 다양하다. 의류 브랜드로는 ‘로엠’, ‘클라비스’가 있고 잡화·액세서리로는 ‘스퍼’, ‘비아니’, ‘OST’ 등이 입점해 있다. 전체 매장수는 110여개로 60%는 패션 브랜드이고 나머지 40%는 속옷, 잡화·액세서리이다.
강계명 서울시지하도상가 상인연합회 이사장은 “젊은 사람들이 많이 찾도록 유명 브랜드 입점 유치를 위해 상권 환경 개선에 많은 노력을 쏟아 부었다”며 “특히 패션아울렛 매장으로서의 입지를 다지려고 의류와 그를 보완할 수 있는 뷰티업체, 잡화 업체 등으로 브랜드를 구성했다”고 말했다.
요즘 가장 큰 관심사는 SPA(제조·유통 일괄 의류) 브랜드 유치다.
그는 “SPA 브랜드를 유치하면 패션아울렛으로 자리매김하는데 큰 도움이 될 거으로 보고 노력하고 있지만 SPA 특성상 대형 매장이 필요해 현실적으로 지하상가에 들어오기 힘든면이 있다”면서도 “역세권인 것과 타깃 고객층이 20~30대 젊은 여성으로 같다는 점에서 가능성이 아예 없는 것은 아니다”고 덧붙였다.
시설 면에서도 2006년부터 2007년까지 냉난방설비 개선 공사를 진행해 무더운 여름에도 쾌적한 환경에서 쇼핑이 가능하다. 다만 고객 편의성을 위한 지하상가 입구에 에스컬레이트, 엘레베이터 등 편의 시설이 부족했다.
강 이사장은 “편의시설의 필요성을 많이 느끼지만 예산 부족으로 쉽게 설치를 못 하고 있다”며 “중소상인을 위한 정부의 지원정책이 다양해 이를 통한 예산 충족을 꾀하고 있다”고 밝혔다.
특이한 요소는 종각지하쇼핑센터에서는 ‘온누리상품권’으로 결제가 가능하다. 온누리상품권은 전통시장 수요 진작을 위해 중소기업청과 시장경영진흥원에서 발행한 현금처럼 쓸 수 있는 상품권으로 재래시장에서 사용 가능하다. 이는 종각지하상가의 주변에 있는 광장시장, 동대문쇼핑몰, 남대문도소매시장 등의 재래시장이 경쟁 상권으로 위치하기 때문이다. 종각지하상가의 상인들은 다양한 고객 확보를 위해 주변 상권의 좋은 점을 받아들이는 등 남다른 마케팅 솜씨까지 보인다.
먼저 한국 전통문화를 간직한 ‘인사동’이 가까운 거리에 있다. 종각역에서 인사동네거리까지 대략 500m 거리로 도보로 10여분 정도면 충분하다. 또 종각역 근처의 청계천은 도심 속에서 자연을 느낄 수 있는 산책코스이자 볼거리와 휴식을 제공하는 문화 관광지이다. 게다가 지하상가 위의 관철동은 일명 ‘젊음의 거리’와 피맛골까지 다양한 먹거리 장소가 함께한다. 전통과 문화, 먹을거리까지 두루 갖춘다.
강 이사장은 “이제 사람들은 쇼핑만 하지 않고 다양한 볼거리 등의 문화를 즐긴다”며 “그런 의미에서 종각지하상가는 인사동과 청계천의 다양한 문화행사와 어우러져 쇼핑, 먹을거리, 전통, 문화라는 하나의 벨트를 형성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 종각 지하상가의 뛰어난 교통지리적 접근성도 빠질 수 없다. 지하철 1호선 종각역은 물론 시내버스가 24개, 광역버스가 11개, 공항버스노선 1개까지 대중교통 요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