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 극장가의 온도계는 눈금이 반대다. 기온이 높을수록 극장 안은 한 겨울 냉기로 서늘함을 자랑한다. 공포 영화의 계절인 여름 시즌 극장가를 잘만 노리면 웬만한 피서 부럽지 않은 한 여름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공포 시즌의 계절 여름 극장가의 문을 활짝 연다.
◇“공포의 전형성을 거부한다” = 오는 26일 개봉하는 ‘무서운 이야기’는 꽤 독특한 공포물이다. 우선 공포 영화의 단골 메뉴인 학교가 등장하지 않는다. 공포 영화라면 신인 감독들의 등용문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이번 영화는 탄탄한 연출력을 자랑하는 기성 감독들이 모여 들었다. 감독들이란 말에 주목하면 ‘무서운 이야기’는 하나가 아니다. 네 편이 하나로 묶인 옴니버스다. 정확하게는 다섯 편이다. 각각의 에피소드를 연결하는 브릿지(연결 다리) 스토리가 존재한다.
첫 번째 에피소드는 ‘해와 달’. 엄마를 기다리던 남매가 호랑이에 쫒기다 동아줄을 잡고 하늘로 올라갔다는 구전설화를 모티브로 한다. 수상한 택배 기사에게 쫓기는 남매의 얘기로 심리 공포에 집중한 추격전이 백미다. ‘기담’을 만든 정범식 감독과 ‘도가니’의 아역 김현수가 출연한다.
두 번째는 ‘공포 비행기’다. 비행기란 한정된 공간 속에서 일어나는 일종의 폐쇄 공포를 그린다. 일반인들에게는 낯선 비행기안 여러 공간을 활용한 색다른 공포가 눈길을 끈다. ‘코리아’의 최윤영과 여러 드라마에서 좋은 활약을 보여주는 진태현의 섬뜩한 느낌이 압권이다.
세 번째는 설화의 대명사 ‘콩쥐, 팥쥐’다. 현대적인 느낌으로 재해석해 잔인한 뒷얘기에 초점을 맞춘다. 이복남매의 피 튀기는 탐욕과 시샘에 집중한다. 웬만한 슬래셔 무비의 그것을 능가할 정도로 잔혹한 화면이 스크린을 채운다.
네 번째는 ‘앰뷸런스’란 제목이다. 지난해 ‘화이트 : 저주의 멜로디’로 성공적인 상업 데뷔를 한 곡사 형제의 연출작이다. 국내에선 시도되지 않던 좀비를 소재로, 아비규환의 도시를 배경으로 질주하는 구급차 속 생존자들의 충돌이 주제다.
네 편의 각기 다른 공포를 연결하는 브릿지 스토리는 올해 ‘내 아내의 모든 것’을 폭발시킨 민규동 감독이 맡았다. 한 여고생이 한 남자에게 무서운 얘기를 시작한다. 흡사 아라비안 나이트의 ‘천일야화’를 떠올리게 한다. 여고생의 얘기. 그 얘기가 앞서 언급한 네 편의 에피소드다. 무섭냐고? 한 여름 열대야가 접근하기 어려울 정도다.
영화의 주인공은 집이다. 할리우드 기존 영화에서 봤음직한 설정이다. 폐쇄 공간에서 벌어지는 공포다. 뻔한 공포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할리우드의 그것과 달리 우리네 정서에서 집은 따뜻한 공간이다. 그 따뜻함이 오싹함으로 바뀐다면 얘기는 완전히 달라진다.
아침이 오지 않는 밤과 죽은 자들이 깨어나는 집이란 두 가지 단서는 ‘두 개의 달’이 지닌 공포의 힌트다. 기억을 잃어버린 세 사람은 왜 언제 어떻게 이 집에 다다르게 됐을까. 공포 소설 작가역의 박한별과 평범한 대학생 역의 김지석, ‘써니’에서 욕쟁이 여고생으로 출연한 박진주가 이번에는 겁 많은 여고생으로 출연한다.
영화를 보고 집으로 돌아간다면 쉽사리 현관문을 열지 못하는 부작용이 생길 수도 있으니 조심하기 바란다.
이밖에 여름 시즌 막바지에 다다른 다음 달 23일 개봉하는 ‘이웃사람’들 역시 공포 대열에 이름을 합류시켜도 무방할 듯하다. 동명의 웹툰 원작으로 연쇄살인범과 그를 의심하는 이웃사람들의 심리를 그린 스릴러 영화다. 원작을 읽은 영화팬들이라면 절대 놓치지 말아야 할 필수 관람 영화다. ‘범죄와의 전쟁’ 속 단발머리를 휘날리던 냉혈한 캐릭터의 김성균이 섬뜩한 사이코패스로 등장한다. 또 그와의 심리전을 벌이는 여러 배우들의 연기가 압권이다. 공포를 넘어선 긴장감이 만만치 않다는 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