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정부는 5년 동안 법인세를 35조원 이나 줄였다. 세목 중에 기업들에 부과하는 법인세를 가장 많이 줄인 것이다. 이 대통령이 2008년 취임하자 마자 세계 금융위기가 터지면서 정부는 위기를 타개할 수 있는 주요 돌파구로 기업의 경영활동에 각종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정권 내내 기업들의 세금 부담을 감경해 줌으로써 세제정책 면에서는 확실히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조세정책을 일관으로 펼친 것을 알 수 있다.
24일 국회예산정책처가 이정희 전 통합진보당 의원에게 제출한 ‘세제개편의 세수효과, 2008~2012년 금융위기 극복을 위한 세제지원’ 보고서에 따르면 2008년부터 2012년까지 실시한 감세규모는 총 82조2693억원에 이른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감세는 정부가 직접적으로 세제지원을 하거나 세율조정, 각종 공제확제를 합한 액수이다.
또 법인세율 조정만으로 5년 간 26조6000억원을 감액했다.
현 정부의 법인세 축소 규모는 소득세, 부가가치세와 비교해서도 더 많다. 같은 기간 정부는 소득세율 인하 및 인적 공제, 의료비·교육비 공제 확대 등으로 소득세를 25조9000억원 줄였다. 또 승용차 개별소비세 인하, 신용카드 발행 세액공제 확대 등으로 부가가치세도 4조1000억원을 감액했다.
문제는 법인세 감세로 인한 대기업 가처분 소득 증가가 투자로 이어지지 않았다는 점이다.
재벌닷컴에 따르면 총수가 있는 자산순위 10대 그룹 소속 82개 계열사(12월 결산법인)의 국제회계기준(IFRS) 2011년 반기보고서상 자본잉여금과 이익잉여금을 합친 유보금은 348조원이었다. 처음으로 340조원을 돌파했다.
이는 지난해 말 유보금 283조3000억원보다 64조7000억원이 늘어난 것으로 역대 최고 증가액이다.
유보금이 급증함에 따라 10대 그룹의 평균 유보율(자본금 대비 유보금 비율)도 지난해말 1012.5%에서 지난 6월 말 현재 1128%로 6개월 사이에 115.5%포인트 높아졌다.
반면 같은 기간 연구개발비는 지난해 같은 시점에 비해 평균 11.9% 증가한 9조7884억원에 불과했다.
이에 따라 최근 경제민주화가 이슈화 되면서 법인세를 더 이상 감액해줘야 하느냐는 회의감이 감도는 분위기다.
하지만 정부는 아직까지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이 높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 지금 법인세 수준이 적당하며 더 올리면 기업활동이 위축돼 세원 자체가 줄어드는 역효과가 생긴다는 것.
실제로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 대비 법인세 비중은 2010년 기준 3.5%로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평균보다 높다. 또 우리나라 법인세 부담은 노르웨이(9.7%), 룩셈부르크(5.3%), 뉴질랜드(3.9%) 다음인 4위다.
이 밖에 법인세 감면액이 대기업에 편중됐다는 점도 현 정부의 세제정책의 맹점으로 꼽히고 있다.
참여연대가 발표한 ‘재벌·대기업에 큰 혜택이 집중되는 현행 법인세제 개편 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2010년 제조업 외부감사기업의 조세지원액은 총 8조4321억원으로 이 가운데 10대 재벌기업이 절반이 넘는 59.1%를 차지했다. 반면 같은 해 중소기업이 받은 조세지원액은 1조3215억원에 전체 조세지원액중 15.7%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