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재계의 위기대응책은 효율성 향상과 현금유동성 확보가 골자다.
먼저 효율성 제고를 위해 일부 기업은 공장 가동율 조정과 조업 중단을 택하고 있다. 희망퇴직을 시작으로 구조조정에 나서는 기업도 있다.
철강업계에 불어닥친 극심한 불황 여파에 글로벌 4위 철강기업인 포스코는 초긴축 재정에 나섰다. 보유하고 있던 SK텔레콤 등의 지분을 매각하는 등 유동성 확보에 나섰다. 동국제강은 포항의 제1 후판 공장 문을 잠시 닫았다. 철강경기 불황으로 재고가 넘친 탓이다.
르노삼성자동차 역시 공장을 부분가동 중이다. 최근 극심한 내수판매하락과 수출부진으로 4월부터 매주 금요일마다 공장가동을 멈췄다. 주말 특근은 오래전에 사라졌다.
한국GM은 부장급 이상 간부사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접수받고 있다. 당초 목표로 삼은 구조조정인원이 모자라 추가적인 희망퇴직을 받고 있는 상태다. 회사 안팎에선 본격적인 구조조정이 시작됐다는 우려도 이어지고 있다.
GS칼텍스 역시 14년 만에 희망퇴직을 받는 등 인력 재구성을 통한 경영 효율성 높이기에 나섰다.
유동적인 공장가동과 인력 재구성 등은 현재의 위기극복을 위한 전략이다. 위기 이후의 대응전략은 현금성 자산 확보를 통한 유동성 확대로 모아진다.
재계는 올 상반기부터 보유주식의 매각이나 회사채 발행 등을 통해 유동성 위기를 극복하고 있다. 위기 이후의 투자선점을 위해 행보다.
회사채를 통해 가장 큰 규모의 자금조달에 나선 곳은 현대중공업이다. 회사측은 총 7000억원 규모의 회사채를 발행하며 자금확보에 나섰다. 보유하고 있던 현대차 주식 가운데 절반 가까운 320여만 주도 매각했다. 이를 통해 추가적으로 7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확보했다. 최근 조선업황 부진을 극복하고 향후 위기 이후 투자선점을 위한 전략으로 분석된다.
현대중공업은 회사채 발행과 지분 매각으로 조달한 자금을 단기차입금의 장기 전환, 기업어음(CP) 상환 등에 사용할 예정이다.
삼성그룹 계열사도 올들어 적극적인 회사채 발행에 나서는 등 유동성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삼성테크윈과 제일모직이 각각 2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착수했다. 하반기 경기불확실성을 방어하기 위한 사전전략이다.
재계 관계자는 “1990년대말부터 다양한 형태의 금융위기를 경험한 재계가 시나리오 경영에 나서는 것”이라고 말하고 “최근 기준금리 인하가 이어지면서 기업들이 회사채를 통한 자금조달이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