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효성그룹에 따르면 조 회장은 전 사업부문에서 독자적인 기술 확보를 그룹의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항상 남들과 다른 차별화를 직원들에게 강조하고 있다. 이를 통해 시장의 고질적인 병폐인 저가 수주나 제살 깎아먹기 식의 출혈경쟁에서 벗어날 것을 주문하고 있다. 이러한 조 회장의 큰 밑그림 위에 장남인 조현준 사장은 섬유와 정보통신부문, 차남 조현문 부사장은 중공업부문, 삼남 조현상 부사장은 산업자재부문을 직접 챙기고 있다.
특히 조 회장의 이 같은 경영 방침은 위기 속에서 더욱 빛났다.
지난 2분기에 경쟁 업체들의 실적 악화에 시달릴 때 ‘스판덱스’(섬유)와 ‘타이어코드’(산업자재) 등 고부가가치 상품의 선전에 힘입어 비교적 선방했다는 시장의 평가를 받았다.
효성의 지난 2분기 매출액은 전년대비 15.1% 증가한 3조1718억원을 기록했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지난해 대비 각각 42.4%, 99% 감소한 883억, 13억원에 그쳤다. 중공업 부문의 부진 때문이다. 2분기 실적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섬유와 산업자재, 화학, 건설, 무역 등 나머지 부문에선 전부 영업흑자를 기록했다. 섬유부문에서는 363억원의 영업이익을 냈고 산업재부문은 455억원의 영업익을 올렸다.
조 회장은 스판덱스 사업에도 관심을 쏟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스판덱스는 ‘섬유의 반도체’라고 불리는 기능성 섬유다. 효성은 1992년 ‘크레오라’라는 스판덱스 원사 브랜드를 국내기업으로는 처음 독자 개발에 성공했다. 크레오라 개발 당시 조 회장은 내열성과 친환경 등 제품 콘셉트를 아예 다르게 가져갈 것을 주문했다.
크레오라는 현재 스판덱스 세계 시장 점유율 1위다. 지난해 9월에는 브라질 산타카타리나 주에 연산 1만톤 규모의 공장을 설립하는 등 글로벌 생산시스템을 확충했다. 글로벌 시장 지배력을 높이기 위해서다.
타이어 보강재인 폴리에스터 타이어코드 역시 조 회장의 차별화 경영이 낳은 산물이다. 1968년 국내 최초로 개발해 수입품을 전량 대체한 후 현재는 세계 시장의 40%이상을 점유하고 있을 정도로 매출 효자 상품이다.
타이어코드사업 부문에서는 독특한 일화도 있다. 1999년 업계 1위의 글로벌 경쟁사가 제조특허를 위반했다는 특허침해 소송을 국내와 미국에서 제소했지만 모두 승소해 경쟁사의 특허를 무효화 시켰다. 효성은 이를 계기로 업계 전체에서 독자 기술을 공인 받게 됐고 선두기업으로 발전하게 된 반면 경쟁사는 공장 폐쇄와 사업부까지 포기하게 됐다. 차별화를 고집하던 조 회장의 뚝심이 상당한 성과를 거둔 셈이다.
효성그룹 관계자는 “독자 제조 기술에 대한 자신이 있었다”고 당시를 회고했다. 이어 그는 “일관 생산체제를 갖추고 있는 종합 타이어코드 제조업체는 세계에서 효성이 유일하다”며 “최고경영자의 차별화 마인드를 그룹차원에서 모든 사업에 적용하기 위해 노력하다보니 위기 속에서 큰 힘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