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솟는 의료비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선택진료비, 간병비 등 비급여 의료를 건강보험 제도 내로 흡수하자는 논의에 속도가 붙고 있다.
20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남윤인순(민주통합당) 의원이 주최로 열린 ‘비급여진료비의 문제점과 바람직한 관리방안’ 토론회에서는 국민이 느끼는 보장성의 수준이 낮은 이유는 비급여가 크게 증가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현행 비급여 체계를 대수술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주제발표를 맡은 정형선 연세대 보건행정학과 교수는 건강보험 급여액이 증가함에도 국민들이 느끼는 보장률의 수준이 낮은 원인으로 비급여 진료비를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비급여 진료비 항목을 코드화해 명확히 파악하고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정보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정 교수는 서구국가에서처럼 간병비가 보험의 핵심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입원을 하는 순간부터 가족들이 수발하느라 고생을 하는데 외국의 경우 면회시간만 가족이 볼 수 있고 의료기관에서 해결해준다”면서 “간병인한테 실제 지불하는 비용이 연간 1조5000억원인데 이 부분이 해결되지 않고는 국민 부담을 해결할 수 없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비급여 진료비의 관리방안으로 건강보험 본인 부담 부분을 10%~100% 다양화하고 거기에서 확보된 재원으로 비급여 진료 항목을 급여화하는 방식을 제안했다. 또한 비급여 진료비의 직권심사제를 추진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환자가 진료비 확인 요청을 해야만 심평원이 심사할 수 있어 신청이 없더라도 비급여 내용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법 개정이 필요하다.
민인순 순천향대학교 보건행정경영학교 교수 역시 “비급여의 경우 의료서비스 공급자가 임의로 산정하는 가격에 대해 환자들이 합리적을 판단할 근거가 없다”면서 “모든 의료기관에 공권력이 미치지 않아 본인부담 진료비 과다 청구 유형의 부당 청구가 지속적으로 발생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민영의료보험 특히 실손보험으로 인해 과잉진료가 일어나고 있다는 주장도 나왔다. 김대환 보험연구원 고령화연구실장은 “민영의료보험의 손해가 증가하면 보험료 인상으로 이어지고 그것이 의료기관에 전달되고 있는 구조”라면서 “비급여를 실손의료보험이 보장하기 때문에 보험회사와 의료기관관 네트워크를 구축해 비급여를 관리하는 방안이 우리나라 현실에 적합할지 의문”이라고 언급했다. 또 국민들이 민영보험으로 인해 의료접근성 차이 등 어려움을 겪지 않도록 큰 그림 차원에서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보건복지부도 현재 비급여로 돼 있는 항목을 급여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공감했다.
복지부 배경택 보험급여과장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 사회적 합의를 통해 일부 급여 부분으로 확대해야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면서 “특히 재정의 지속가능성 부분이 중요하게 고려돼야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이날 참석한 병원과 의사단체 등 의료계 관계자들은 비급여 항목에 대해서는 의료계 자율로 할 필요가 있다며 입장을 달리했다.
병원협회 이근영 보험위원은 “국민의 보장성 확대를 위한 비급여 항목의 급여전환 필요성에 대해서는 공감한다”면서 “이미 1995년 시작 당시부터 급여보다 많은 부분을 비급여로 시작해서 급여가 서서히 들어가는 제도임에도 의료계가 문제가 있는 양 무조건 지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그는 “입원을 하면 병원은 만 원도 못 받는다. 병원에서는 흑자를 내기 위해서 간호사를 못 쓰고 있는데 간병서비스를 보험급여로 하자는 것은 현실을 모르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비급여 부분은 정부의 개입보다는 의료계 자율에 맡기면서 모니터링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