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후보는 그간 과거보다는 미래를 향하겠다는 의지를 강조하며 껄끄러운 역사인식 검증을 피해가려고 했지만 야당은 물론 측근들까지 유신 문제를 이슈화시키는 모양새다. 대권을 위해선 박 후보가 유신에 대해 조속하고도 명쾌하게 입장을 재정리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유신 문제는 “불가피한 최선의 선택”이라고 평가한 5.16보다 더 폭발력 있는 박 후보의 아킬레스건으로 꼽혀왔다. 1972년 박정희 정권의 종신집권 길을 연 유신체제는 1979년까지 이어지며 민주주의를 억압, 우리 사회에 광범위한 피해를 남겼다는 게 후세의 평가다.
이 때문에 박 후보는 유신에 대해 5.16과 마찬가지로 “역사의 판단에 맡겨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5.16과는 달리 “그 시대에 피해와 고통을 입은 분들과 가족 분들께 항상 죄송스런 마음이 있다”고 여러 차례 사과의 뜻을 밝혔다.
하지만 홍사덕 전 박 후보 경선캠프 공동선대위원장이 지난 29일 “유신은 권력 연장보다 중화학공업을 육성하기 위한 조치였는데 일각에서 유신의 나쁜 점만 거론하며 박 후보를 공격하는 건 비열하다”고 말해 비난을 자초했다.
같은 캠프 출신 이상돈 중앙대 교수가 유신시절 ‘사법 살인’으로 불리는 인민혁명당 유족들에게의 사과 필요성을 제기하고, 야권에선 장준하 선생 의문사 진상규명을 요구해 불씨가 붙은 유신 논란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다.
이와 관련, 정몽준 전 대표는 지난 30일 자신의 트위터에 “10월 유신이 경제발전을 위한 조치였다는 주장에 크게 실망”이라며 “유신의 논리란 먹고사는 것은 권력이 해결해 줄 테니 정치는 필요없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또 “국민을 행복한 돼지로 보는 격”이라며 정면 비판했다. 민주통합당도 “역사왜곡에 이어 정치적 금도를 벗어난 망언까지 실로 안하무인”이라고 맹공했다.
이에 따라 박 후보가 유신 문제를 털고 가지 않을 경우 이희호·권양숙 여사 예방, 전태일재단 방문시도 등 국민통합행보를 이어가며 중도외연확대에 공을 들인 효과도 반감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실장은 “박 후보 본인이나 측근들이 또다시 유신 옹호 발언을 한다면 박 후보 통합행보의 진정성은 의심받을 수 밖에 없고 향후 정책행보의 효과도 떨어뜨릴 것”이라고 내다봤다. 윤 실장은 “유신은 보수진영에서도 문제제기가 있어 박 후보가 역사인식 문제들을 확실하게 하지 않으면 대권가도에 발목 잡힐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이 때문에 박 후보가 유신 등 역사문제에 대한 입장 표명의 시기를 당초 계획했던 민주당 대선후보 결정 이후보다 앞당겨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올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