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미국산 쇠고기 수입 규제를 완화하기로 하면서 7년간 막혀있던 양국 간 무역 협상의 벽이 일부 허물어지는 분위기다.
미국 측은 환영의 뜻을 표했지만 일본 내에선 석연치 않은 정부의 결정에 반발이 거세다.
일본 내각부 식품안전위원회 전문조사회는 5일(현지시간) 우해면상뇌증(BSE), 이른바 광우병에 따른 미국산 쇠고기 수입 제한 완화 방안에 원칙적으로 동의했다고 현지 언론이 보도했다.
조사회는 미국산 쇠고기에 대한 수입 규제를 현행 ‘월령 20개월 이하’에서 ‘30개월 이하’로 완화하기로 했다면서 이에 대한 리스크가 거의 없고 인간의 건강에 미치는 영향은 무시할 수 있을 정도라고 지적했다.
일본의 이번 결정은 미국 외에 캐나다 프랑스 네덜란드산 쇠고기에도 적용된다.
일본은 현재 프랑스와 네덜란드산 쇠고기 수입을 금지하고 있으며, 미국과 캐나다산 쇠고기에 대해선 월령 20개월 이하만 수입을 인정하고 있다.
앞서 일본은 미국에서 광우병 감염 소가 발견되자 지난 2003년 미국산 쇠고기 수입을 전면 금지했다.
2005년 12월에는 도축소 월령이 20개월 미만인 쇠고기에 한해 수입을 재개했다.
2006년 기준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는 이유로 수입을 다시 금지한 뒤 재차 완화 조치가 이뤄졌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번 결정으로 일본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참여하는데 미국의 찬성표를 수월하게 얻을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은 2003년까지만 해도 일본 시장에서 호주에 이어 최대 쇠고기 수출국이었으나 수입 규제로 시장 점유율이 크게 줄었다.
이 때문에 미국 정부와 의회, 농민단체는 그동안 일본에 쇠고기 수입제한을 해제하도록 강력하게 요구해왔다.
미국 농무부의 매트 할릭 대변인은 이번 결정에 대해 “리스크 평가 과정에서 중요한 첫 걸음이라며 신속한 결론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그는 “현재 미국의 쇠고기는 안전하다”며 “미 정부는 쇠고기 수출업자들에게 과학에 근거해 상업적으로 실현가능한 결과를 확보하도록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밝혔다.
수년간 일본에 수입 규제 완화를 요구해온 맥스 보커스 미국 민주당 상원의원은 “우리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면서 “미국의 쇠고기는 가장 안전하고, 수출을 계속 세계로 확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에선 정부의 결정에 납득할 수 없다는 등 반발이 강하다.
세계적으로 광우병 발생이 거의 사라졌기 때문에 수입 규제를 완화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발병 원인이 밝혀지지 않은 만큼 언제든 재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광우병 발생이 급감한 것은 동물성 사료를 먹이지 않고 있기 때문으로, 근본적인 원인은 규명되지 않아 안심할 수 없는 상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때문에 일본 소비자단체는 생산이력관리제도를 의무화하고 쇠고기 수입 시 머리 부분 등을 제거하도록 해야 한다는 등 미국 측에 철저한 수출 조건을 내세우라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조사회는 향후 30일간 여론 수렴 기간을 거쳐 후생노동성에 제출할 방침이어서 결과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