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스호퍼와 원정 경기를 치른 상갈렌은 전반 38분만에 나심 벤 칼리파스에게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후반 29분 페널티킥을 얻어 절호의 동점 기회를 맞았다. 하지만 무위에 그쳤고 결국 0 : 1로 패했다. 2위를 달리던 그라스호퍼에게 1위를 내준 것도 아쉽지만 페널티킥 상황에서 어설픈 트릭을 사용하다 실패해 아쉬움은 더 컸다.
상황은 이렇다. 오스카 스카리오네가 페널티킥을 차기 위해 공을 페널티킥 지점에 올려놓고 도움닫기를 위해 페널티 에어리어 밖으로 빠졌다. 스카리오네가 빠지자 반대쪽에 페널티 에어리어 밖에 서 있던 파 모두가 갑자기 달려들며 왼발로 페널티킥을 시도한 것. 하지만 로만 뷔르키 골키퍼는 파 모두의 슛을 막아냈다.
창의성(?)이 돋보이는 장면이었지만 결국 뷔르키의 선방으로 득점에 실패한 상갈렌이었다. 하지만 이는 득점으로 연결됐다 하더라도 인정되지 않는다. 규정에 어긋나기 때문이다. 규정상 “누가 페널티킥을 찰 것인지 명확하게 구별되어야 한다”라고 명시되어 있다. 이 경우 누가 봐도 스카리오네가 킥 지점에 공을 올려놓았고 킥을 위해 뒤로 빠진 것으로 보였던 만큼 분명히 규정에 어긋나는 장면이었다.
이 장면 외에도 축구사에서 오랫동안 기억에 남을 만한 페널티킥 장면들은 많다. 1982년 아약스 암스테르담과 헬몬트 슈포르트와의 네덜란드리그 경기에서 나온 요한 크루이프의 페널티킥 역시 두고두고 회자되는 페널티킥이다. 이른바 ‘간접 페널티킥’이다. 페널티킥을 준비중이었던 크루이프는 이 공을 직접 골 문으로 차지 않고 왼편으로 밀어줬다. 이 공을 달려들던 팀 동료 예스퍼 올센과 이대일 패스로 연결해 득점으로 연결란 크루이프였다. “페널티킥은 반드시 발로 차야하고 전방으로 향해야 하며 이미 찬 공을 다른 선수가 차기 전에 다시 건드려서는 안 된다”는 규정이 있을 뿐으로 크루이프의 페널티킥은 규정에 부합된다.
하지만 크루이프-페널티킥은 현재 모든 리그에서 합법적으로 인정받는 것은 아니다. 분데스리가의 경우 기본적인 페널티킥 규정을 준수하지만 이처럼 직접 슛으로 연결하지 않고 동료에게 패스할 경우 상대팀이 간접 프리킥을 얻게 된다. 로컬룰인 셈이다.
‘파넨카킥’ 역시 큰 반향을 일으킨 페널티킥이다. 유로 76 당시 체코슬로바키아와 독일간의 결승전에서 나온 장면으로 이를 시도한 안토닌 파넨카의 이름을 따 파넨카킥으로 불린다. 당시 결승전은 승부차기까지 가는 접전이었고 파넨카는 팀의 5번째 키커로 나섰다. 득점으로 연결될 경우 체코슬로바키아의 우승을 확정지을 수 있는 중요한 순간이었다. 여기서 파넨카는 힘찬 도움닫기 후 한가운데로 느리게 킥을 시도해 득점으로 연결했다. 이른바 칩샷이었다. 그것도 한 가운데로 찬 공이었다. 당대 최고의 골키퍼로 통하던 독일의 제프 마이어로서도 파넨카의 예상치 못한 슛에 속수무책으로 당했다. 파넨카킥은 최근 유로 2012 8강전 승부차기에서 이탈리아의 안드레아 피를로가 잉글랜드를 상대로 성공시켜 또 한번 화제가 된 바 있다.
도움닫기 후 180도 몸을 틀어 힐킥으로 페널티킥을 성공시킨 경우도 있다. 동네축구에서도 좀처럼 보기 힘든 이른바 뒷 발 슛이었다. 2011년 여름 아랍에미레이트연합(UAE)와 레바논과의 평가전에서 UAE의 테이얍 아와나가 시도한 이 킥은 결코 정확하진 않았지만 상대 골키퍼를 혼란에 빠뜨리며 득점으로 연결됐다. 이와나의 골로 5 : 2로 앞서나간 UAE는 결국 7 : 2로 승리했다.
페널티킥 후 그대로 뒤로 한 바퀴 돌아 착지하는 아크로바틱한 페널티킥을 선보인 선수도 있다. FC 바르 소속의 요나스 요키넨이 그 주인공으로 2011년 16세 이하 컵대회에서 이 같은 공중제비-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당시 경기에서 바르는 1 : 4로 패하며 탈락했지만 요키넨은 이 득점으로 큰 유명세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