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처럼 국세청 국감이 파행으로 치닫는데는 국세청 청사 방호원들의 눈부신(?) 활약이 있었다.
이날 안민석 의원과 박원석 의원은 안원구 전 국세청 국장을 대동하고, 국세청사 진입을 시도했다. 하지만 국세청 방호원들은 몸으로 진입을 제지하면서 험악한 분위기를 연신 연출해 냈다.
방호원들이 이처럼 안 전 국장을 거세게 제지했던 이유는 간단하다. 국세청 입장에서 볼 때 안 전 국장은 매우 껄끄러운 존재다.
이는 안 전 국장이 박연차 태광실업 표적세무조사와 이명박 대통령의 도곡동 땅 소유 의혹을 제기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야당 의원들이 여당 의원들과의 간담회를 목적으로 안 전 국장이 방문한 것이라고 했지만, 국세청 방호원들은 (안 전 국장의) 진입을 결코 용납하지 않았다.
급기야는 보좌진들과 국세청 방호원들간 고성이 오갔고, 멱살을 잡는 등 일순간 아수라장이 됐다. 반면 야권 의원들은 격분 강하게 항의하면서 국정감사는 파행으로 치닫고 말았다.
좀처럼 정상적인 국감자체가 어렵게 되자 결국 강길부 기획재정위원장은 정회를 선포했고, 여야 합의 끝에 국정감사를 종료했다.
이날 국세청에 대한 국감에서 질의에 나선 의원은 전체 25명 중 불과 5명에 지나지 않은 상황을 감안할 때 참으로 어처구니 없는 국감이 아닐 수 없다.
이는 무엇보다 국세청의 경우 전 국민의 재산과 관련한 방대한 정보를 집적한 기관 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더더욱 정책적인 측면의 감사가 필요한데도 불구하고, 결실 하나 맺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눈과 귀는 국정감사로 향하고 있다. 과연 누구를 위해 국정감사를 하고, 또 무엇을 위해 국정감사를 하는지 감사기관과 피감사기관은 분명히 알아야 할 것이다.
또 거시적인 시각으로 보면 국정감사는 보다 나은 국가 번영과 국민의 삶의 질 향상을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개인의 영달과 정치적 목적이 개입되어서는 결코 안될 것이다.
돌아보면 이번 국세청에 대한 국감이 ‘풍비박산’난 것은 의혹을 감추려는 자와 밝히려는 자들 가운데 벌어진 싸움의 결과물이다.
그 중심에 안 전 국장이 있었고, 국세청 방호원들이 크게 기여(?)했다. 일각에서는 국세청 방호원들이 임의로 안 전 국장의 진입을 막았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분명 그 뒤에 보이지 않는 힘이 관여했을 것이고, 그것도 아니라면 단지, 국세청을 방호하는 임무에 충실한 나머지 그랬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 전 국장과 현 정부, 그리고 국세청과 안 전 국장과의 관계 등을 감안할 때 (국세청) 방호원들의 눈부신 활약(?)은 결국 국세청 국감을 풍비박산 낸 ‘1등 공신’임에는 틀림없다.
이에 대해 이현동 국세청장은 과연 방호원들에게 포상을 내릴지, 벌을 내릴지 향후 결과가 주목된다. 오는 23일 오전 국회에서 속개되는 국감에서는 국세청 방호원들의 활약을 볼 수 없어 못내 안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