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고의 외환보유액을 자랑하는 나라는 중국이다. 지난 8월 말 기준으로 3조2400억달러로 가장 많았다. 이어 일본이 1조2732억달러로 2위, 러시아 5146억달러, 스위스 5025억달러, 대만 3942억달러, 브라질 3772억달러 등의 순이었다.
전 세계 외환보유액의 3분의 1을 차지하는 중국은 넘치는 외환보유액 관리에서 수익보다는 안정성 위주의 운용을 기본으로 하고 있다. 다만 관리 방식에는 큰 변화를 주고 있다. 해외기업에 대한 투자를 적극적으로 권장하고 있고, 최근 들어서는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크게 줄인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에서 달러 비중을 낮추는 것은 복합적인 이유가 작용한다. 우선 대표적 안전자산인 미국 국채가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금리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또 달러자산 비중이 지나치게 크면 중국이 미국 정부 정책 결정에 휘둘릴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경제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외환보유액 포트폴리오 다양화를 시작한 것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특히 최근 유럽연합(EU)이 유로안정화기구(ESM)를 확대하기 위해 중국의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세계 최고의 외환보유액을 앞세운 중국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 정부는 외환보유액 약 3조2000억달러 가운데 25%를 유럽에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원자바오 중국 총리는 지난달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회담을 한 뒤 ESM에 참여하는 구체적인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세계 2위 외환 보유 국가인 일본은 외환보유액 관리에서 소극적이라는 평가다. 외환보유액을 적절히 활용만 했어도 G2(미국·중국)의 위치를 중국에 넘겨주지 않았을 수도 있다는 얘기도 여기에서 비롯됐다.
이에 지난해 일본 정부 내부에서 외화 자산을 다변화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달러나 유로뿐만 아니라 교역 상대국인 중국·한국·태국 화폐에도 투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는 지난해 외환보유액을 활용해 1000억달러 규모의 엔고(高) 대응 펀드를 조성한 바 있다. 일본의 외환보유액은 1조2732억달러다. 일본 정부가 엔화 강세를 잡고자 반복적으로 엔화를 내다 팔면서 외환보유액을 꾸준히 늘고 있다.
러시아의 외환보유액은 약 5000억달러에 달한다. 이를 바탕으로 굵직한 대외 경제위기에도 비교적 견고하게 버틸 수 있었다. 최근 스위스중앙은행(SNB)은 넘쳐나는 외환보유액의 투자처를 놓고 고민하고 있다. 지난 8월 말 기준 스위스의 외환보유액은 5025억달러로 사상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유럽 재정위기로 많은 나라의 국가 신용등급이 강등되면서 SNB의 외환보유액에서 현금이 계속 쌓이는 상황이다.
대만의 외환보유액은 전세계 5위에 올랐다. 대만 정부 통화정책 주관기관은 이 같은 대만의 외환보유액 증가 요인으로 일부 보유액이 증가하기도 했으나, 유로의 달러에 대한 환율이 올랐기 때문으로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