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동진 영화평론가는 현재 우리 사회의 대중문화등급제에 대해 ‘일관성’과 ‘열린 사고’가 중요하다고 밝혔다. “선정적·폭력적인 장면을 무조건 규제한다고 해서 사회적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억압된 심리가 다른 방향으로 분출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청소년 보호는 먼저 가정에서 해결해야할 문제인데 지나치게 간섭만 하려들고 있어요. ‘표현의 자유’와 ‘청소년 보호’는 상충하는 것이 아닙니다. 표현의 자유를 개방할 경우 인간은 이성적인 동물이기 때문에 자정 능력을 기대해볼만 합니다.” 그는 특히 현 정부 실무자들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규제를 어떻게 해야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에요. 문제가 생길까봐 안 보여주려고만 생각하는 자체가 전근대적인 사고방식입니다.”
오동진 영화평론가는 영등위가 지난 8월 18일부터 실시하고 있는 인터넷 뮤직비디오 등급 분류가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단, 방송과 균형을 맞출 경우에 한해서다. “뮤비는 규제하면서 정작 지상파 방송에서는 어린 아이돌 가수들이 현란한 섹시댄스를 추는 모습이 여과없이 등장하면 무슨 소용 있겠습니까. 일정한 원칙을 잡아놓고 규제에 들어가야지 무조건 뮤비만 등급을 분류하고 보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하는 꼴입니다.”
이처럼 우리나라의 등급제는 중구난방이다. 영화는 ‘18세 관람가’이지만 방송은 ‘19세 관람가’이고 제한상영관은 없으면서 ‘제한상영가’ 등급 영화는 존재한다. 분명 연령에 따라 등급을 나누는 것은 필요한 일이지만 명확한 기준없이 난립하는 등급제는 논란만 빚을 뿐이다.
“법이 형식 논리에 맞아야 합니다. 제한상영관도 없으면서 18세 관람가 위에 제한상영가 등급이 존재할 이유가 없어요. 이건 윤리나 표현의 자유를 떠나서 말이 안 되는 일입니다.”
그는 등급을 매기는 쪽에 기준과 철학을 요구했다. “사회적 분위기에 따라 약간 탄력성을 둔다고 하더라도 중심이 있어야 합니다. 공개적이고 공식화 된 철학이 필요해요. 그래야 제작자들도 어떻게 작품을 만들어야할지 인식할 수 있습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라 완전히 논란을 잠재울 수는 없겠지만 지금보다는 훨씬 나을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