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통합당 문재인, 무소속 안철수 대선 후보의 단일화 논의가 점차 가시화하는 분위기다. 그간 단일화 논의를 극도로 꺼리던 안 후보가 30일 “단일화를 안 하겠다는 것이 아니다”고 발언하면서다. 문 후보 측은 안 후보가 협상테이블에 한층 가까워졌다는 것만으로도 환영하는 분위기다.
문 후보 측 진성준 대변인은 이날 오후 민주당사에서 “이제 후보단일화 논의를 시작할 때가 됐다는 우리의 제안에 후보단일화의 의지를 표명한 것이다. 환영한다”고 반겼다.
또 “두 진영이 갖고 있는 공통의 지향과 가치를 확인하고, 이를 실현하기 위한 공동정책의 방향을 도출하기 위한 논의에 적극 착수할 것을 제안한다”면서 정치혁신 과제와 공동정책 마련을 위한 논의부터 시작하자고 했다.
하지만 문-안 후보 측은 단일화 착수시기에 대해 이견을 보이고 있어 논의 성사까지는 상당한 험로가 예상된다. 안 후보는 “내달 10일까지 정책안을 내놓기로 해 그 약속에 먼저 충실해야 한다”고 했다. 단일화 논의에 대한 문 후보 측의 거센 압박에도 11월10일까지 단일화 논의에 응하지 않겠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시간끌기’ 전략 다시 확인한 安 = 안 후보의 이날 발언은 종전보다 진전된 형태이긴 하지만 ‘협상은 최대한 늦추고’ ‘논의의 주도권은 확실히 쥐겠다’는 전략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안 후보는 ‘11월10일 후 단일화 논의에 착수할 수 있다는 말이냐’는 질문에 “그렇지는 않다. 지금은 우리나라를 어떻게 하면 많은 분들이 원하는 방향으로 만들어갈 수 있는 지 의견을 모으는 게 중요하다”며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만약 단일화 논의에 응하더라도 그 시기를 내달 10일 이후로 못 박았다. 문 후보 측이 구체적 시한까지 내놓으면서 협상진행을 압박하자 역으로 자신의 가이드 라인을 제시, 민주당 공세를 차단하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또 단일화 방식을 “가치에 대한 합의점을 찾는 게 먼저”라며 문 후보 측과의 정책 경쟁, 단일화의 전제조건인 정치개혁의 이니셔티브를 쥐겠다는 뜻을 분명히 했다.
안 후보가 단일화 착수시기를 언급한 배경도 관심이 모아진다. 그간 단일화 논의를 위해 문 후보 측이 재차 양보하는 모양새가 펼쳐졌다. 안 후보 측은 이러한 공식 제안을 번번이 거절할 경우 야권 단일화라는 대의명분을 저버리고, 실리만을 챙긴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는 판단도 깔린 것으로 보인다.
◇주도권 경쟁 밀리지 않으려는 文 = 문 후보 측도 주도권 경쟁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기류가 감지된다.
진 대변인은 단일화 논의시기를 정책 공조라는 고리로 묶고 나섰다. 그는 “정치개혁과 정책에 대한 논의를 선행하자”면서 “그것은 지금부터 해도 무방한 일이고 공동의 가치와 공동정책을 확인하는 일은 단일화에 앞서 선결할 일”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문 후보 측이 정책공조 선결을 내세우며 당장 논의 테이블에 앉자고 제안했지만, 내달 10일 완결된 정책을 들고 나올 안 후보에게 이러한 제안이 적절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결국 문 후보 주도의 스케줄을 제시하며 단일화 협상에서 불리한 국면에 놓이지 않겠다는 얘기다.
앞서 문 후보 측 우상호 공보단장은 이날 오전 “단일화 논의를 더 늦출 수 없다. 언제까지 단일화 논의를 늦추겠다는 것인지 안 후보 측에 공식 질문한다”며 “늦어도 다음주부터는 구체적인 협상이 진행돼야 등록 전 단일화가 가능하다”고 채근했다. 안 후보 측이 시간 끌기 전략으로 자신들에게 유리한 여론조사 방식의 단일화를 관철하려는 게 아니냐는 당 안팎의 지적을 감안한 것으로 풀이된다.
안 후보 측 김성식 공동선대본부장은 같은날 라디오 방송에서 “아직 문 후보가 정식으로 무슨 제안을 한 상황은 아니잖나, 또 현재 여론조사의 흐름은 안 후보가 여러 가지 경쟁력을 갖고 있음을 보여주지 않나”라며 단일화 방식으로 여론조사를 선호하고 있음을 시사했다.
늦어도 내주 중에 단일화 논의에 착수해야 자신들이 선호하는 국민참여경선을 치를 수 있다고 보는 문 후보 측과 단일화 방법론 등에 있어서도 상당한 진통을 예고하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