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성장동력으로 정부의 총애를 한몸에 받던 태양광산업이 끝 모를 침체에 비틀거리며 국가경제는 물론 기업과 투자자 모두에게 무거운 짐이 되고 있다.
태양광은 불과 2~3년 전만 해도 중화학 관련 기업은 물론 전자업체까지 일제히 주목하던 신사업 분야다.
원재료인 폴리실리콘에서 태양전지 모듈, 발전사업에 이르기까지 미래 먹거리 찾기에 여념이 없던 기업들은 앞 다퉈 태양광산업에 뛰어들었다.
폴리실리콘만 하더라도 2008년 OCI만 1만3000t의 생산능력을 갖춘 상황에서 지난 2010년 한국실리콘, KCC, 웅진폴리실리콘 등이 가세하면서 단번에 3만1000t으로 증가했다.
태양광산업이 호황기에 접어들자 아예 수직계열화에 나선 그룹들도 생겨났다. 삼성그룹과 LG그룹은 지난 2011년부터 자회사를 통해 수직계열화에 나섰다.
특히 한화는 태양광 산업을 미래의 비전으로 설정하고 태양광산업에 가장 큰 투자를 했다. 한화는 지난 8월 세계적 태양광 전문회사인 독일의 큐셀(Q-Cells)을 인수했다. 이로써 연간 2.3GW(한화솔라원 1.3GW, 큐셀의 1GW)의 셀 생산능력을 갖춘 세계 3위의 태양광 회사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태양광산업은 유럽발 재정위기로 수요가 위축되면서 흔들리기 시작했다.
그간 유럽은 전 세계 설치량의 70% 이상을 담당할 정도로 태양광산업의 대표 수요처였다. 태양광발전을 위한 보조금 지원 제도가 활성화돼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유럽 재정위기는 더 이상 현재 수준의 보조금을 유지할 수 없도록 했다.
여기에 전 세계 기업들이 경쟁적으로 태양광 사업에 뛰어들면서 태양전지 가격이 폭락했다. 블루오션이 삽시간에 레드오션으로 돌변한 것이다.
안지운 에너지경제연구원 부연구위원은 “주요 태양광 선도국들은 태양광 보급사업 지원에 대한 예산부담으로 인해 발전차액지원을 축소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 여기에 관련 업체들의 과당 경쟁 등으로 시장 조건까지 악화돼 태양전지 가격이 더 폭락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중국 업체의 인해전술식 진출은 세계 태양광 산업을 추락시키는 직격탄이 됐다. 2009년부터 값싼 인건비를 무기로 태양전지, 태양광 모듈 사업에 뛰어든 중국 업체들은 세계적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기에 이르렀다.
현재 생산능력 기준으로 전 세계 10위권 안에 중국 업체가 5개 이상이다. 이처럼 중국 업체들이 대약진하면서 세계 태양광 시장은 심각한 공급과잉 현상에 시달리게 됐다.
이에 따라 태양광을 주요 사업으로 하는 국내 상장기업은 극심한 휴유증에 시달리고 있다. 대폭락으로 큰 손실을 본 주식 투자자 역시 반등할 날을 기다리며 통한의 세월을 보내고 있다.
지난해 10월 국내 주식시장에 상장한 태양광 잉곳과 웨이퍼를 만드는 넥솔론의 현재의 주가는 현재 공모가인 4000원 절반에도 못 미친 1400원대를 형성하고 있다.
넥솔론의 관계사인 OCI의 주가는 쇼크 그 자체다. OCI는 지난해 4월에만 해도 주가가 사상 최고가인 65만7000원까지 오르며 승승장구했다. 당시 증권사들은 OCI의 목표가를 80만원까지 책정하며 투자자들을 유혹했다. 하지만 OCI의 주가는 현재 15만원대에 불과하다. OCI의 자회사인 OCI머티리얼 역시 지난해 10월 7만원대의 주가에서 3만3000원대까지 절반이상 급락했다.
태양광 모듈을 만드는 자회사(한화솔라원)를 가진 한화케미칼 주가도 1년 사이에 40%가량 하락했고 태양광 잉곳·웨이퍼를 만드는 웅진에너지 역시 태양광의 업황 부진과 그룹의 유동성 위기 등 이중고에 시달리면서 주가는 1700원대에 맴돌고 있다.
더욱 답답한 점은 태양광 산업이 가까운 장래에 재기하기 쉽지 않다는 점이다.
익명을 요구한 A증권사 에너지 담당 애널리스트는 “생각보다 업황 침체는 길어지고 구조조정은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며 “구조조정에 속도가 붙고 치킨게임 분위기가 강해지면 수익성이 더 악화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주가는 소위 ‘바닥’을 뚫고 더 떨어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