론스타는 21일(현지시간)‘한―벨기에·룩셈부르크 투자협정(BIT)’을 위반했다며 우리 정부를 상대로 국제중재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센터(ICSID)에 중재를 신청했다.
론스타는 2003년 외환은행 인수 이후 외환카드 주가조작, 인수자격 부적격 등의 논란을 일으켜왔다. 또한 외환은행 매각 전까지 9년간 챙긴 현금이 5조원에 달해 대표적인 '먹튀' 해외자본으로 지적돼 왔다.
이같은 론스타가 ISD를 제기한 근거는 매각 승인 지연에 따른 이익 감소와 국세청의 부당 과세다.
론스타는 제소 신청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론스타의 외환은행 투자자금 회수와 관련해 자의적이고 차별적인 조치를 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외환은행을 2006년 KB금융지주에, 2007년 HSBC에 매각하려 했지만 금융당국의 승인이 늦어지는 바람에 2조원 이상 손실을 봤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ISD 대응을 위한 정부 태스크포스(TF)팀은 "론스타의 대한민국 투자와 매각은 국내법, 국제법규, 조약에 따라 투명하고 비차별적으로 처리됐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앞서 시민사회단체들이 론스타가 외환은행의 매각을 추진하던 2007년부터 “외환은행 대주주 자격을 인정받은 론스타가 산업자본에 해당할 수 있다”며 문제 제기를 했지만 금융위원회가 판단을 늦추면서 이를 4년간이나 방치했다고 지적했다.
결국 지난해 3월 론스타가 금융자본이라는 결론을 내렸지만 금융위의 이같은 행보는 매각 승인 지연으로 이어져 론스타에게 제소의 빌미를 제공했다는 지적이다.
전성인 홍익대 교수는 이와 관련,“당초 김석동 금융위원장이 론스타의 산업자본 여부를 명확히 판단하지 못하고 매각 승인을 하면서 론스타의 제소에 1차적인 책임을 묻게 됐다”고 주장했다.
국세청이 외환은행 매각대금에 매긴 10%의 양도소득세도 문제 삼고 있다. 론스타는 외환은행의 실소유주가 벨기에에 설립된 페이퍼컴퍼니(LSF-KEB홀딩스)라는 점을 내세워 고정 사업장이 없는 만큼 세금을 돌려달라고 주장한다. 반면 국세청은 론스타의 한국법인인 론스타코리아가 고정 사업장이었고, 지금껏 국내에서 상당한 양도소득을 올린 만큼 과세는 정당했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세무당국의 정당한 과세마저 중재 대상이 된 것은 한국과 벨기에가 투자보장협정이 미흡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앞서 한·벨기에는 1974년 투자보장협정을 체결했고, 협정을 선진화한 규범 수준으로 강화하기 위해 2006년 협정을 개정했다. 이후 개정된 협정은 국내 절차를 거쳐 지난해 3월 말 발효됐다.
문제는 한국정부가 개정 협상을 벌이면서 협정 상대국내 기업이라도 실제 영업을 하지 않는 페이퍼 컴퍼니라면 협정에 따른 혜택을 받지 못하는 ‘혜택의 부인(Denial of Benefits)’ 규정을 누락했다는 점이다.
전문가들은 혜택의 부인 규정을 뒀더라면 론스타의 ISD 제소는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로 금융당국과 국세청은 벨기에가 해외 주식투자 소득에 세금을 물리지 않는 등 조세피난처 역할을 해왔다는 점 등을 감안할 때 외환은행의 대주주였던 벨기에 법인인 LSF-KEB 홀딩스를 조세회피 목적의 페이퍼 컴퍼니로 보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미흡한 협정 탓에 페이퍼 컴퍼니에 대한 거론 조차 못하게 됐다는 지적이다.
<용어설명> ISD (Investor-State Dispute)
외국에 투자한 투자자가 상대국가로부터 협정상의 의무나 투자계약을 어겨 손해를 입었을 경우 상대국 정부를 상대로 제3자의 민간기구에 국제중재를 신청해 손해배상을 받을수 있도록 하는 제도. 세계은행(IBRD) 산하의 민간기구인 국제투자분쟁해결기구(ICSID)가 중재 절차를 관장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