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중문화상, 그 불편한 진실]선심성 나눠주기 시상… 권위 잃은 그들만의 잔치

입력 2012-12-07 09:58 수정 2012-12-07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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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송사 연기·연예대상

▲MBC는 2008년 ‘연기대상’ 시상식에서 김명민과 송승헌에게 공동으로 대상을 수여해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지난달 30일 열린 ‘제33회 청룡영화상’은 12월 열릴 각종 대중문화 관련 시상식의 전초전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중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연기·연예대상 시상식은 12월 마지막주에 집중된다. 20일을 전후로 ‘KBS연예대상’이 신호탄을 쏘아 올리면 28~31일에 연기·연예 대상이 연이어 열린다. 지상파 3사의 총 6회에 걸친 시상식은 방송인들의 축제로 일컫는다. 그러나 시청자의 관심이 지대한 방송사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 이면의 문제점은 매년 제기되는 동시에 매년 반복된다. 올해도 되풀이될 가능성은 농후하다.

방송사 시상식은 매년 선심성 나눠주기 시상과 공동 수상이 지적돼 왔다. 뿐만 아니라 지나치게 세분화시킨 시상 부문으로 희소성을 떨트린다는 점, 거대 기획사와의 이해관계, 스타 독식구조 등이 연말 시상식의 고질적 문제점으로 대두돼 있다.

일례로 2010년 ‘MBC연기대상’이 김남주와 한효주에게 공동으로 대상을 안긴 점을 들 수 있다. MBC는 2009년에도 남녀 우수상을 비롯해 최우수상 등 13개 부문에서 2명 이상이 수상하는 우스꽝스러운 장면이 연출되는 등 상의 가치를 떨어트렸다는 평가를 받았다.

시상 부문 개선도 절실한 형국이다. KBS만보더라도 연속극, 미니시리즈, 중편, 장편 남녀로 구분해 시상했으며 특집, 단막극 부문이 별로도 마련되어 있다. 여기에 인기상, 베스트커플상 등으로 나뉘어 30명이 훌쩍 넘는 수상자를 배출했다. 각 부문 시상은 다시 남녀로 나뉘어 한 부문 최소 2명이 수상을 하게 된다. 방송연예대상도 사정은 다르지 않다. MC부문, 코미디부문, 쇼버라이어티 부문으로 나뉘는 기본 시상 분야에 각 부문별 인기상, 우정상, 특별상 등이 마련돼 있다. 그야말로 수상의 영광이 아니라 비수상의 굴욕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비수상 스타들은 시상식에 불참하는 게 관례처럼 굳어지고 있다.

또한 작품의 완성도나 인기, 출연자의 연기력에 반하는 시상도 시청자의 눈살을 찌푸리게 한다. 하반기 방영작에 비해 상반기 방영작이 수상에 불리하다는 약점도 갖고 있다.

이처럼 되풀이되고 있는 방송사의 연기대상과 연예대상의 고질적 문제점에 대해 고선희 서울예대 극작과 교수는 “마치 공정하고, 객관적인 상인냥 행세하는 프로그램의 구성 방식 자체를 재고해 봐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어 “본질적으로 지상파 3사가 자사 프로그램 및 출연자를 시상해야 하기 때문에 공정성과 객관성이 담보되기 어렵다는 점은 이해해야 한다”고 시청자에게도 사고의 전환을 요구했다. 고 교수는 또 “이미 시상식에 대한 시청자의 호기심은 떨어졌다. 방송인 박미선이 연말 시상식을 잔칫집 떡 나눠주는 것에 비유한 적이 있는데, 그 편이 훨씬 솔직하고 흥미롭다. 최고 시청률 상이라든지, 의미 깊은 상이라든지, 촬영에 협조적이었던 연기자에게 주는 상 등이 현실적이다”라고 대안을 제시했다. 더불어 “앞으로 잘해 달라는 의미로 주는 상은 없어져야 할 것”이라고 방송사의 눈치보기식 시상에 일침을 가했다.

고 교수의 지적과 같이 이미 시청자의 관심에서 변방으로 밀려난 시상식의 권위는 바닥에 떨어졌다. 방송사 스스로가 초래한 집안 잔치를 대중과 함께 즐기는 축제로 부활시키기 위해서 선행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돌아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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