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친노(친노무현)의 입지는 급격히 위축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 4·11총선에 이어 18대 대선도 연거푸 패배를 당하면서 ‘친노 책임론’은 면하기 어렵게 됐다. 문 후보 친위세력이자 당내 주류를 점하고 있는 친노가 당 전면에서 사라지면 공백이 된 당권을 두고 주도권 쟁탈전이 치열해질 전망이다.
친노가 전면에서 사라지면 구(舊)민주계와 김근태계, 시민사회 세력 등을 중심으로 당내 권력이 빠르게 재편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친노가 주도권을 뺏기지 않으려고 할 경우 이들 비주류와의 권력 투쟁을 둘러싼 극심한 내홍이 예상된다.
민주당은 내년 1월 중순으로 예상되는 차기 전당대회에서 새 판짜기에 돌입할 예정이다. 비주류 측이 ‘친노책임론’을 들고 나오면서 전면적인 당 쇄신을 압박할 것으로 보인다. 당내 비주류 측은 친노가 당권을 쥐고 인사를 독식하는 바람에 잇단 선거에서 패했다는 인식이 강한데, 잠복해 있던 불만이 일시에 터져 나올 가능성이 크다.
이들은 친노가 2선 후퇴하면서도 ‘임명직 불참’ 등 진정성 있는 희생을 하지 않았다는 점을 공격 소재로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밖에 무소속 안철수 후보와의 단일화 과정이 매끄럽지 못한 점 등이 패인이라는 점을 들어 친노진영을 몰아세울 것으로 예상된다.
이후 비대위가 내놓은 당 수습책이 부실할 경우 비주류 측의 비판 여론은 더욱 거세질 전망이다. 당을 유지할지 아닐지 문제가 나올 수도 있다. 이 과정에서 무소속 안철수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한 정계개편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커질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문 후보도 대선 과정에서 ‘국민정당’ 등 신당창당 수준의 입장을 밝힌 바 있어 야권 인사들의 지분 참여가 보장된 신당창당은 예견된 상황이기도 했다.
이럴 경우 야권의 정계개편은 단순한 리모델링 수준(지도부 교체)을 넘어선 재건축(신당창당)에 가까운 수준이 될 수 있다. 야권 일각에서는 안 전 후보 중심의 ‘헤쳐모여 신당’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안철수발 정계개편’ 현실화하나 = 신당 창당을 앞세운 대대적인 정계개편과 관련, 안 전 후보의 역할론이 급부상하고 있다. 안 전 후보가 귀국 날짜를 정해놓지 않고 19일 투표를 마친 후 미국으로 떠났지만 야권의 정계개편이 가시화될 경우 이른 시일 내에 존재감을 드러낼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물론 안 전 후보가 문 후보의 패배에 대해 일정 부분 책임을 피할 수는 없겠지만 지원 유세에 나서며 부동층의 투표율을 끌어올리는 데 나름대로 기여했다는 점에서 책임론의 소재가 그에게 쏠리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오히려 민주당의 구심점이 부재한 상황이고 야권에서 안 전 후보를 대체할 만한 인물이 없다는 점에서 ‘안철수발 정계개편’ 이 힘을 얻는다. 윤희웅 한국사회여론연구소 조사분석 실장은 20일 라디오방 송에서 “안 전 후보의 선택권이 많아졌다. 사실상 민주당 해체나 재창당에 준하는 변화가 불가피해졌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를 중심으로 한 신당창당 논의가 이뤄지면 비노 대표격인 손학규 상임고문과 손을 잡고 비노 중심의 세력화를 이룰 가능성이 있다. 실제 안 전 후보는 친노의 계파정치를 비판하면서 이해찬 전 대표 등의 용퇴를 촉구한 바 있는데 당내 비주류계 인사들이 그의 주장에 힘을 보탰었다. 아예 친노 세력만 제외한 신당이 만들어질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안 전 후보가 민주당에 들어가서 쇄신에 실패할 가능성이 있다면, 새로운 정당을 건설해서 민주당 쪽에서 같이 동참할 수 있는 인재를 빨아들이는 것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안 전 후보가 ‘핵’이 되는 신당창당 외에도 그의 내년 4월 재보선 출마 여부도 관심을 모은다. 무소속 후보로서 한계를 느꼈던 안 전 후보가 정당 정치의 필요성을 인식한 데다 그 역시 “국회의원을 한번 하고 이 길을 걸었으면 참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고 말한 적이 있다.
윤성이 경희대 정치외교학 교수는 “안 전 후보가 단일화를 거치면서 기존 정치의 벽을 넘기 어렵다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에 자기 정치세력을 불리는 데 집중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박근혜 당선인이 차기 대통령으로 확정되면서 ‘포스트 박근혜’가 누가 될지가 관심을 모은다. 154석의 거대 집권 여당을 이끌 구심점이 필요하다는 지적인데, 김무성 총괄본부장 등이 거론되고 있다. 18대 대선으로 인해 여든 야든 일정 부분 정계개편은 불가피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