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 별곡을 기고한 이는 언론 보도, 도서 등에서 발췌한 내용을 근거로 미국, 프랑스, 영국, 그리고 한국의 중산층 기준을 나름대로 정의했다.
자신의 주장에 떳떳하거나, 약자를 도우며 다룰 줄 악기가 있는지, 자신의 주장과 신념을 갖고 있는지 등 정신적·사회적 부분이 선진국의 중산층 기준이라면 한국은 물질과 경제적인 숫자의 틀에만 박혀 있다.
30평대 아파트에 살며, 월급 500만원 이상, 자동차 2000cc 이상, 예금 잔액 1억원 이상, 해외여행을 매년 1회 할 수 있어야 중산층이라 했다.
돈에 치중됐다는 비판도 있었지만 많은 사람의 호응을 얻었다. 이 정도는 돼야 사회통념상 중산층이라 인정받을 수 있다는 데 공감한 것이다. 그러나 이 내용 모두 각국의 정확한 중산층 기준이 아니었지만 수만명에 전파되면서 한 동안 열풍을 일으켰다.
현대경제연구원이 지난 8월 전국의 20세 이상 성인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를 보면 ‘나는 중산층이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46.4%에 불과했다. 작년 통계청이 세금을 뺀 실제로 쓸 수 있는 수입, 즉 가처분소득 기준에 따라 분류했던 중산층 비중(64%)과는 큰 차이다. 경기 침체가 이어지면서 경제적인 잣대가 아닌 심리적 측면에서 저소득층으로 추락했다고 여기는 사람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박근혜 당선자가 국민대통합을 내세우며 국민행복 10대 공약을 내놨는데, 그 중 가장 먼저 등장하는 것이 바로 ‘중산층 70% 재건 프로젝트’다. 그러나 그의 약속은 중산층 통계수치를 6% 끌어올려 70%에 맞춘다는 것인지, 아니면 국민이 체감하는 중산층수치 70%를 의미하는 것인지 모호하다. 이도저도 아니면 중산층 별곡에서처럼 2000만 국민 전체가구의 70%(1400만)를 그 기준에 충족시키겠다는 것인지 도무지 알 수 없다.
그의 말대로라면 그에 맞는 경제발전, 즉 글로벌경제와 국내 내수시장의 활성화가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 하지만 지금 원달러 환율이 마지노선인 1080원이 무너질 정도로 대외 경제여건에 빨간불이 켜졌다. 게다가 내수시장의 경우 신용대출이 가계 빚의 절반을 넘었다. 국내외 연구기관과 은행은 우리나라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을 3% 안팎으로 내다봤다. 이런 점들을 감안하면 그의 공약이 이명박 대통령이 호언했던 ‘747(연7% 성장, 1인당 국민소득 4만 달러, 세계 7위의 경제대국) 공약’의 전철을 밟지 않을지 우려된다.
10년 전 새해부터 모 카드사의 광고 문구 “여러분, 부자 되세요”가 부자 되기 열풍으로 이어지면서 새해 덕담을 대체했으나 몇 년 전 쏙 들어갔다. 한국 사회에서 부자 되기는 더 이상 선택적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오히려 2013년 새해에는 “여러분, 중산층 되세요”라는 우울한 덕담이 생기지 않길 바랄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