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종청사 시대가 본격 개막됐지만 세종청사에 근무하는 1급 공무원은 고달프다. 대부분 세종시에서 집을 못 구하고 서울에서 출퇴근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나마 세종시 인근에 월세 오피스텔을 얻은 1급 공무원들도 힘들기는 마찬가지다.
서울에서 각종 정례회의와 비정기 회의로 세종시에 있는 것보다 서울에 머무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오죽하면 세종시 1급 공무원들을 두고 동에서 번쩍 서에서 번쩍하는 ‘홍길동’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오고 있다.
그 만큼 서울에서 진행하는 회의가 많아 오전에는 서울에서 오후에는 세종시에서 근무하는 1급 공무원들이 많다.
오후에 회의가 잡힌 경우는 그 반대로 움직이고 있어 하루 길에서 버리는 시간이 5~6시간 된다고 한다. 지난 20일 오전 공정거래위원회 1급 공무원들이 대부분 보이지 않은 것도 회의 때문이다.
기획재정부 한 1급 공무원은 “회의가 주로 서울에서 열리는 경우가 많아 일주일에 3~4번은 서울에 올라갔다가 다시 내려오고 있다”며 “서울에 머물기도 눈치가 보여 고달픈 출퇴근 전쟁을 벌이고 있다”고 토로했다.
세종시 1급 공무원들이 세종시에 집을 구하지 않는 이유는 내년 2월말 새정부가 들어서기 때문에 신분변화가 어떻게 될지 모르기 때문이다.
1급 공무원들은 새정부 출범을 전후해 장·차관을 비롯해 1급 공무원들의 지위가 불안정해 전·월세를 얻기도 난감하다는 것이다. 옷을 벗거나 차관급 승진, 다른 보직으로의 전보, 파견 등 신분이 불안해 1급공무원들은 내년 인사 이후에나 세종시에 집을 구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
이 같이 1급 공무원들이 세종시와 서울로 오가기 때문에 문제는 국가 비상사태도 빠른 대응을 하지 못하는 점이다.
지난 12일 오전 북한 장거리 미사일 발사 때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이 1급 비상 간부회의를 오후에 늦게 열었던 것도 1급 간부들이 세종시에 있어 과천청사까지 올라오는 시간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현재 세종시에 임시 거처를 마련한 1급 공무원 중 대부분은 오송역 근처에 자리 잡고 있다. 가장 빠른 교통수단이 KTX역이 있기 때문이다.
서울을 자주 오가다 보니 주로 KTX 이용이 많은 1급 공무원들은 오송역에서 세종청사까지 1시간에 1대꼴로 다니는 간선급행버스(BRT) 이용보다는 택시를 많이 탄다고 한다.
보통 2만2000원 정도 나오는 택시비를 부담해야해 교통비도 만만치 않은 상황이다. 자가용을 이용하면 공휴일을 앞둔 날에는 길이 막혀 서울까지 보통 3시간 반에서 4시간 정도 운전해야 하기 때문에 KTX를 선호한다고 한다.
세종시에 주거를 마련한 사람이나 서울에서 출퇴근하는 1급 공무원들은 서울에서 열리는 잦은 회의와 서울업무로 고달픈 현실은 매한가지지만 마땅한 대책 마련을 할 수 없는 실정이다. 2단계 정부부처 이전하는 내년 말까지는 1급 공무원들의 이 같은 고달픈 삶은 불가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