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의 인수준비를 시작하는 이 시점에서 나는 박 당선인이 그 길로 나아가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세 가지를 제시하고자 한다.
먼저, 함께 일할 사람을 잘 골라야 한다. 일은 대통령 혼자서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대통령 권한의 핵심은 바로 인사권이다. 그 권한을 잘 사용하느냐 못하느냐에 따라 성공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고 실패한 대통령이 될 수도 있다. 역사를 보더라도 성공한 지도자는 우수한 인재를 찾아내어 적재적소에 배치했다. 박근혜 정부의 성공여부도 결국 어떤 인사를 기용하느냐에 달려있다.
성공적인 인사를 위해서는 먼저 완벽한 인재풀을 만들고 요소요소에 출신지역, 학력, 여야, 남녀노소를 불문하고 최고의 전문성과 도덕성을 갖춘 적임자를 골라 앉혀야 한다. 대통합차원에서 일부러 지역안배를 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전문성과 도덕성에 따라 널리 인재를 구한다면 지역, 학벌, 당파, 성별의 대통합은 자연히 이루어질 것이기 때문이다.
박 당선인이 인사에 실패하는 지름길은 측근과 이번 대선에 공을 세운 사람들을 중심으로 한 기존의 인맥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이다. 선거과정에서 공을 세웠다고 자리를 주는 일은 없어야 한다. 전쟁에서 공을 세운 장수들 만으로 전후의 나라를 다스릴 수 없는 것과 같은 이유다. 선거에 공을 세운 자는 선거전에는 적임자일 것이나 그가 다른 자리에도 꼭 적임자라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소위 고소영과 회전문 인사로 일관한 현 정부의 인사실패를 반면교사로 삼기 바란다.
다음으로 대선 공약에 얽매이지 말아야 한다. 대통령에 당선되는 순간 공약은 잊어버려야 한다. 공약은 당선인의 국민에 대한 약속인 만큼 지키려고 노력해야 한다. 하지만 그 공약 중에는 소수의 전문가들이 짧은 기간에 선거용으로 만들어낸 설익은 정책들이 많을 것이다. 그러니 공약은 이제 원점에서 보다 많은 전문가들과 정책당국이 머리를 맞대고 그 타당성과 재원조달 가능성을 포함한 현실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공약의 재검토는 인수위가 해야 할 가장 주요한 역할이다. 과거의 인수위는 대부분 각 부처에 이건 대선공약사항이니 무조건 시행하라는 식이었다. 짧은 시간에 현실성에 대한 충분한 검증 없이 제시된 수많은 공약을 그저 공약이라는 이유로 여과 없이 추진한다면 그 부작용은 불 보듯 뻔하다.
같은 맥락에서 지적하고 싶은 것은 정부조직의 개편이다. 대통령이 바뀔 때마다 정부조직을 이리저리 바꾸는 것은 옳지 않다. 현재의 조직으로도 운용의 묘를 살리면 될 것을 불과 한 두달 만에 정부부처를 통폐합하고 신설하다보니 중요한 기능이 누락된다거나 개악이 되는 경우가 발생한다. 불과 석달 만에 정부부처의 전면적인 통폐합을 단행했던 문민정부의 결과가 IMF 외환위기였다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정부기능의 조정은 장기간에 걸쳐 신중하게 검토하여 결정해야 한다. 충분한 검토를 거쳐 임기 중에 바꾸어도 늦지 않다.
마지막으로 당부하고 싶은 것은 임기 중에 모든 것을 다 완성하려고 욕심내지 말라는 것이다. 5년이란 기간은 결코 긴 시간이 아니다. 100% 대한민국은 5년 임기 중에 완성할 수 있는 과제가 아니다. 그러니 과욕 부리지 말고 임기 중에 100% 대한민국으로 가는 길의 토대를 만들겠다는 것을 목표로 하기 바란다. 역사는 혼자 다 이루는 게 아니다. 세대 간의 계주에 의해 점진적으로 완성되는 것이다.
박근혜 당선인은 당선 후 기자회견에서 시작이 절반이라고 하면서 첫단추를 잘 꿰어야 한다고 했다. 그 첫 단추가 될 인수위의 출범을 앞두고 박 당선인의 인사스타일과 인수위의 역할이 무척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