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마음 새 각오로 떠날 만한 곳은 섬이다. 그것도 한반도 끝자락에 위치한 섬이 좋다. 끝에서 다시 시작한다는 기분을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한반도 남쪽 끝 마라도와 동쪽 끝 울릉도·독도는 새해맞이 여행지로서 안성맞춤이다.
그러나 아쉽게도 3월까지는 독도를 오가는 정기 배편이 없다. 가끔 부정기적으로 운항하는 배가 있을 뿐이다. 독도를 가지 못하더라도 울릉도 동쪽 끝인 내수전은 아쉬움을 달래기에 충분하다.
울릉도 육로 관광의 시작점이기도 한 내수전에서 섬목을 잇는 옛길은 한번쯤 걸어볼 만한 명소다. 내수전에서 석포를 거쳐 섬목에 이르는 내수전 옛길은 약 7㎞. 원시림이라 해도 손색이 없는 울창한 활엽수림 덕에 ‘울릉도 둘레길’이라 부르기도 한다.
대한민국 최남단 마라도는 울릉도나 독도에 비해 쉽게 접근할 수 있다. 모슬포항에서 배를 타고 20~30분만 가면 마라도에 도착한다. 이때 가장 먼저 반기는 것은 푸른 초원과 태평양을 건너온 거센 바람이다.
마라도는 걸어서 한 시간이면 한 바퀴를 다 돌아볼 수 있을 정도로 작은 섬이지만 교회와 절, 성당, 학교 등 있어야 할 건 다 있다. 그중 바다를 배경으로 서 있는 가파초등학교 마라분교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비경이기도 하다.
저동항에서 도동리로 접어드는 삼거리를 지나면 본격적인 육로 일주가 시작된다. 도동항이 위치한 도동리는 울릉도의 명동이라 불린다. 울릉군 인구의 70%가 도동리를 중심으로 모여 있고, 울릉군청과 독도박물관, 그리고 식당과 숙박시설도 이곳에 집중돼 있다. 그래서 울릉도 여행은 도동리에서 시작되고 끝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남단비는 마라도의 상징물 1호다. 내륙의 기념비들이 화강암으로 제작된 것과 달리 이곳 최남단비는 검은 화산암으로 만들어졌다는 게 특이하다. 최남단비 앞에는 장군바위가 솟았고, 뒤에는 여행객을 위한 벤치가 여러 개 놓여 있어 사진 찍기에 좋다.
울릉도 여행에서 하이라이트는 해안도로다. 도동항을 뒤로하고 야트막한 언덕을 넘으면 시원스런 해안도로가 펼쳐진다.
다시 마라도로 돌아가 보자. 마라도 등대에서 자리덕 선착장을 향해 걷다 보면 애기업개당이라고도 불리는 할망당이 나온다. 마라도의 신비스러운 해돋이를 가슴에 담고 모슬포항으로 여객선이 출렁거리며 파도타기를 시작한다. 이곳은 해저 200m 이상인 심해라서 요동이 심하다. 기암절벽과 해식동굴의 절경이 조금씩 멀어지면 서서히 뱃멀미가 나기 시작하는데 이것도 울릉도 여행에서 반드시 거쳐야 할 과정이다.
대한민국 끝자락에 위치한 울릉도와 마라도. 분위기는 전혀 다르지만 새해 새 마음, 새 각오를 다지기 위해 떠나는 여행지로는 손색이 없다. 탁 트인 전망과 차가운 바람이 가슴속에 남아 있던 작은 응어리까지 깨끗하게 씻어준다. 대한민국 섬 여행은 새로운 시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