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시도했던 손흥민의 공격수 투입도, 고질적인 수비불안도 여전했던 경기였다. 한국은 지동원을 최전방에 투입했고 왼쪽부터 손흥민-기성용-구자철-이청용을 폭 넓게 미드필더로 배치한데 이어 신형민을 수비형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수비라인은 좌우에 최재수와 신광훈을 그리고 이정수와 곽태휘를 중앙 수비수로 포진시켰고 골 문은 정성룡이 지켰다.
크로아티아는 만주키치-올리치를 공격수로 투입하고 모드리치-크란차르-부코예비치-라키티치를 미드필더로 기용했다. 수비수는 왼쪽부터 스트리니치-시무니치-촐루카-스르나가 맡았고 골키퍼로는 플레티코사가 출장했다.
지동원 원톱의 형태였지만 경기는 사실상 손흥민이 이선 공격수 역할을 맡았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새롭게 가동된 공격 라인은 그리 인상적인 모습을 남기지 못했다. 손흥민은 전반 9분 왼발 중거리 슛을, 지동원은 전반 39분 오른쪽에서의 크로스를 받아 논스톱 발리슛을 날렸지만 골로는 연결되지 않았다. 전반 10분에는 기성용의 헤딩슛이 골키퍼까지 통과했지만 최종 수비에 막혀 득점으로 연결되지 않았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문제는 수비였다. 크로아티아의 간결한 볼터치가 돋보이긴 했지만 수비수들은 세트피스 상황에서 마크맨을 놓치는 장면을 연출했고 위험 지역에서 쉽게 공을 걷어내지 못해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다. 전반 32분 선제골을 허용하는 장면은 라키티치의 프리킥 상황에서 만주키치를 순간적으로 놓친 수비수들의 집중력 부족이 아쉬웠다. 특히 만주키치의 헤딩은 골키퍼 보호구역 내에서 이루어졌지만 골 문 바로 앞이었음에도 단 한 명의 수비수도 만주키치를 제대로 방어하지 않았다.
전반 40분에는 주장 스르나에게 추가골을 허용했다. 최재수가 옆으로 돌아들어가던 선수의 방어를 위해 터치 라인쪽으로 몸을 돌린 순간을 놓치지 않고 스르나가 중거리 슛을 성공시켰다.
전반을 0-2로 뒤진 채 마친 한국은 후반들어 이동국-박주영 라인을 가동했다. 하지만 후반 중반 이동국의 감각적인 왼발 중거리 슛을 제외하면 이렇다 할만한 득점 기회조차 만들지 못했다. 반면 크로아티아의 공격은 전반과 마찬가지로 간결하고 날카로웠다.
후반 12분 모드리치의 패스를 받아 교체 투입된 옐라비치가 세 번째 골을 성공시켰고 후반 39분에는 역시 교체로 투입된 공격수 페트리치가 또 한 골을 추가했다. 옐라비치와 중앙을 돌파해 정성룡의 키를 살짝 넘기는 페트리치의 감각적인 슛이었고 네 번째 골이 나오면서 사실상 한국의 의욕은 완전히 꺾였다.
크로아티아전은 한국팀에게 많은 숙제를 남긴 경기였다. 고질적인 수비 불안을 확인시켰고 새롭게 형성된 지동원-손흥민 라인은 물론 기존의 이동국-박주영 라인도 답답한 모습을 여전히 노출했다. 믿었던 유럽파들도 큰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이래저래 많은 숙제를 남긴 크로아티아와의 평가전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