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심히 노력하면 누구나 일어설 수 있도록 중소기업 육성정책을 펼쳐서 대기업과 중소기업이 상생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제가 추구하는 경제의 중요한 목표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들을 좌절하게 하는 각종 불공정 행위를 근절하고 과거의 잘못된 관행을 고쳐서 어느 분야에서, 어떤 일에 종사하든 간에 모두가 최대한 역량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이다.”
‘중소기업 대통령’을 자처하는 박근혜 대통령이 지난 25일 취임사에서 중소기업 육성을 중요한 국정목표로 삼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박근혜 정부는 중소기업을 최우선 국정목표인 일자리 창출을 위한 창조경제의 핵심 주역으로 삼고, 경제구조를 기존 대기업 중심에서 중소기업으로 바꾸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정부가 중견·중소기업을 육성하기에는 극복해야 할 과제가 산적해 있다. 중소기업들은 그동안 대기업 위주 경제정책으로 인해 대기업과의 격차가 크게 벌어진 데다 자본 조달과 고급 인력 유치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우리나라 경제력은 10대 재벌그룹에 집중돼 있어 중견·중소기업의 설 자리가 거의 없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와 재벌닷컴에 따르면 12월 결산법인(제조업) 상장사 1345곳의 지난해 3분기까지 누적 순이익은 36조9000억원으로 전체 상장사 순이익의 78.1%를 차지했다. 또 10대 그룹의 매출액 비중은 전체 상장사 매출액의 54.2%에 달했다.
중소기업중앙회가 지난달 15일 발간한 ‘2012 중소기업위상지표’에 따르면 중소기업의 1인당 생산성은 대기업의 30% 수준에 불과하다. 1인당 급여도 대기업의 51% 수준이었다. 특히 2010년 중소기업의 순이익률은 1.77%로 대기업 순이익률 5.37%보다 무려 3배 이상 낮았다.
중견기업은 2010년말 기준 1291개에 불과해 대기업 3125개와 중소기업 310만개와 비교하면 극히 미미하다. 중견기업이 되면 160여개에 달하는 각종 중소기업 지원을 받지 못해 회사분할 등을 통해 중견기업으로 가지 않는 이른바 ‘피터팬 신드롬’이 심하기 때문이다.
현재 박근혜 정부는 중견·중소기업 육성을 위해 시장의 불균형, 거래의 불공정, 제도의 불합리 등 경제 3불 해소를 정책 과제로 삼았다. 새 정부 국정 과제에 납품단가 조정협의권의 협동조합 부여, 생계형 서비스업의 적합업종 지정범위 확대, 징벌적 손배제 적용범위 확대, 전속고발권 폐지 등 중소기업이 주장한 내용도 담았다.
또 글로벌 강소기업 육성으로 ‘중소-중견-대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는 성장 희망 사다리를 구축하고 선순환 창업·벤처 생태계를 조성한다는 방침이다.
특히 중소·중견기업 연구개발(R&D) 지원 확대와 정부 기술개발 결과물 우선 지원으로 중소기업의 기술력을 선진국의 90%, 생산성은 대기업의 60%로 향상시킬 계획이다. 중소기업 수출 지원을 위해 대통령 주재 무역진흥전략회의 개최, 지역별 원스톱 수출지원 네트워크 구축과 수출 단계별로 맞춤형 지원 등을 강화할 예정이다.
박근혜 정부는 또 선순환 창업·벤처 생태계 조성을 위해 보육부터 투자, 기술개발을 연계해 성장시키는 이스라엘식 투자시스템을 도입할 예정이다. 동시에 엔젤투자 소득공제 확대, 코스닥 시장의 기술기업 중심 개편도 추진할 방침이다. 또 실패 기업의 재기를 위해 압류재산 면제범위 확대, 간이회생제도 도입, 체납된 세금의 납부유예 등 혜택을 줄 예정이다.
이와 함께 중견기업 육성을 위해 중견기업이 되더라도 중소기업의 금융·세제 지원이 한꺼번에 없어지지 않도록 단계적으로 축소하고 가업상속 지원 강화 등도 국정 과제로 삼았다.
이밖에 외국에 진출했다가 국내에 돌아오는 유턴기업 지원 강화,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보호와 자생력 제고를 위해서는 단계별 맞춤형 지원 등도 펼칠 계획이다.
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장은 “새 정부가 그동안 중소기업계가 요구해온 경제 3불 문제 해소와 대기업과 대등하게 경쟁할 수 있는 공정한 거래 시스템을 만들어 주길 기대한다”며 “성장 희망 사다리를 구축하려면 단계별, 특성별 맞춤형 정책을 수립하고, 중소기업의 고질적인 애로사항인 손톱 밑 가시를 지속적이고 체계적으로 해결하려면 정부 내 공식적인 기구의 설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