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농업이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가공, 바이오 등으로 영역을 확대해야 합니다.”
김재수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사장은 농업을 미래산업으로 키우겠다는 패러다임의 전환이 절실한 때라고 강조했다.
지난 15일 aT 센터 사장실에서 만난 김 사장은 농업이 생산에서 생산 후 단계로 변화해야 한다며 말문을 열었다. 현재 전체 농업 역량의 80%가 아직도 전통 농업에 머물러 있어 산업으로 성장할 수 없다는 주장이다. 김 사장은 생산 후 단계에 투자하는 농업 역량이 적어도 현재 20%의 2배인 40%는 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김 사장은 누에고치를 통해 치약, 화장품, 비누는 물론 인공뼈까지 만드는 사례를 소개했다. 농작물을 가지고 향수, 기능성 식품, 신소재를 만들면 부가가치가 월등하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오바마, 사르코지도 농업이 미래를 여는 열쇠라고 했는데, 융복합 산업의 표본”이라며 “우리나라의 자생식물이 8700여종이고 그중 약용식물이 2500종에 달하는 점을 잘 이용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이런 김 사장의 주장은 ‘파동’없는 농업 유통구조를 만드는 데에도 기여한다. 작황에 따라 전통 농업은 생산량이 남아서 농산물이 폭락할 수 있는데, 가공 등 고부가가치 농업으로 가면 시장 수율 조절은 물론 수출을 통해 외화 벌이까지 할 수 있어서다.
김 사장은 올해 국내 농식품 수출액이 10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20년간 30억 달러 수준에 머물렀지만 MB정부 출범 초기 48억 달러에서 80억 달러 수준으로 성장한 까닭이다. 지난해 음료 수출이 2억 달러를 돌파하는 등 가공식품 등의 성장을 바탕으로 오는 2020년 농식품 수출 300억 달러를 달성하겠다는 것이 김 사장의 포부다.
김 사장은 “우리나라 농식품 수출에서 가장 애로 사항은 스타 상품이 없는 것”이라며 “우리 농산물은 사계절 기후의 영향으로 지속적으로 재배하기가 어렵다. 가공식품을 만들어 세계 시장으로 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농업의 산업화가 제조업보다 고용을 크게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농업과 연계된 프랜차이즈 식당 1개를 오픈할 경우 16명의 고용창출 효과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로 우리 식당이 진출할 경우 64가지 관련 산업이 영향을 받으므로 제도적으로 키울 필요가 있다는 것이 김 사장의 시각이다.
김 사장은 “제조업 분야에서는 고용을 창출하기가 어렵다. 성장을 하지만 자동화 영향으로 일자리가 늘지 않기 때문”이라며 “서비스 산업이 발전할수록 고용이 늘어난다. 저렴한 가격과 우수한 식자재를 안정적으로 식당에 공급하면 농업을 통해 고용이 증가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김 사장은 최근 유통구조 혁신 논란에 대해 “유통 단계의 축소보다는 유통비용 자체를 줄이는 혁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유통 단계가 많아 소비자가 구매하는 농산물이 비싼 것이 아니라 유통비용이 문제라는 생각이다.
김 사장은 “유통 단계는 인위적으로 없애려고 한다고 해서 없어지지 않는다. 해당 단계마다 기능이 다 있다”며 “재래시장의 7단계 유통마진이 20%인데 대형마트의 3단계 유통마진은 50%가 될 수 있어 결국 유통비용이 문제”라고 설명했다.
김 사장은 유통비용을 줄이기 위해 대안으로 사이버 거래를 제시했다. aT가 2009년 개설한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는 개장 3년 만에 거래 실적 1조1146억원을 달성했다. 이는 전국 공영도매시장 거래액의 10%, 가락동 농수산물 도매시장 거래액의 28%에 해당하는 규모다.
김 사장은 앞으로 농수산물사이버거래소의 역할을 강화해 2020년까지 농수산물 생산액의 10%를 담당하겠다는 목표다.
김 사장은 “유통단계 비용이라는 것이 인건비, 작업비, 포장비, 물류비, 시장경매 수수료 등인데, 물류비와 인건비는 해마다 올라가지 내려가는 것을 못봤다”며 “산지 배추값과 실제 구매가격이 별반 차이가 없으려면 인건비를 무료로 해야 가능하다. 단계 축소만으로는 결국 대안이 될 수 없다. 사이버 거래가 대안으로 뜰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강조했다.
끝으로 김 사장은 정부의 역할론을 제기했다. 안정적으로 시장에 농산물을 공급하려면 수요보다 생산을 늘려야 하는데, 현재 구조로는 가격이 폭락해 농민이 생산량을 늘리는 것을 꺼리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결국 정부가 부담을 안고 가는 것이 시장 가격을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