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하기 위해 임신 중에도 매일 13시간씩 일했어요. 그런데 아이를 낳으면 일을 원활하게 못 한다는 이유로 남자도 아닌 여자 상사가 진급에서 누락시키더군요. 드라마 속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 제게 일어난 거죠.”
국내에서 몇 손가락 안에 꼽히는 대기업에 다니는 박진경(31·가명)씨는 출산 예정일을 한 달여 앞두고 있었지만 4년 만에 찾아온 진급 기회를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출산휴가를 반납하면서까지 일에 매진했지만 결과는 참담했다. 100명 넘게 이름을 올린 승진자 명단에 박씨의 이름은 없었다.
박씨는 “지각 한 번 하지 않을 정도로 성실히 일했지만 정작 승진한 사람은 잦은 지각에 무단 결근까지 한 남자 동료였다”며 “출산이 여자의 앞길을 막는다는 말을 실감했다”고 한숨을 내뱉었다.
출산 후 일터로 돌아온 박씨는 더 높은 벽과 마주했다. 탄력근무시간제, 조기퇴근제 등 ‘워킹맘’ 배려 차원의 각종 제도가 있었지만 실제로 이용하기는 힘들었다. 상사로부터 “회식이나 부서 행사에 참여하지 않으면 인사 고과 시 다른 직원들과 차등을 둘 수밖에 없다. 당연히 회사 생활을 적극적으로 하는 직원을 높이 평가하지 않겠느냐”는 말을 들었기 때문이다.
박씨는 “제도가 잘 갖춰져 있다고 해도 승진하려면 회식 등 회사 행사에 빠질 수가 없다”며 “직장이나 사회에서 여성의 권리를 아무리 보장해 준다고 하더라도 남성 위주의 조직문화나 사회적 통념이 존재하는 한 여성들이 설자리는 없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