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대 아이돌 시대에는 유료 팬클럽 가입이 팬들의 소속감을 확립하기 위한 필수요소였다. 1996년 데뷔한 대표적인 아이돌그룹 H.O.T.의 공식 팬클럽 클럽 H.O.T.는 10만명에 육박하는 회원수를 자랑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인터넷이 생활의 일부로 자리 잡으면서 유료 팬클럽의 역할은 점차 줄어들었다. 팬클럽을 통하지 않아도 쉽게 정보를 공유할 수 있고, 온라인 상에서 구심점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팬클럽의 기능은 인터넷 공간에 개설된 팬카페로 넘어갔다.
여전히 유료 팬클럽은 존재하지만 팬덤의 크기를 측정하는 기준은 팬카페 회원수로 옮겨졌다. 다음 카페를 기준으로 상위 10개 팬카페의 총 회원수는 약 240만명에 달한다. 대한민국 전체 인구의 5%에 해당하는 숫자이다. 현재 다음에 등록된 팬카페 개수만 49만개가 넘는다.
1만~2만원의 가입비를 내는 유료 팬클럽에게는 여러 가지 혜택이 주어진다. 1만여명의 유료회원을 보유하고 있는 그룹 B.A.P의 팬클럽 베이비(BABY) 회원은 1만5000원의 가입비를 지불하면 회원카드와 공식 물품 수령, 유료 창단식 참여 기회, 공식 스케줄 우선 참여, 콘서트 선예매, 전용 콘텐츠 열람 등이 가능하다. 특히 회원카드와 공식 물품은 팬클럽 가입을 놓친 팬들에게 선망의 대상이다. 한 베이비 회원은 “다른 것보다 회원카드가 가장 맘에 든다. 오빠들의 팬이란 사실을 증명할 수 있어 뿌듯하다”고 밝혔다.
틴탑 팬클럽 엔젤은 보다 저렴한 1만원의 가입비로 회원카드, 팬미팅, 공개방송 우선 입장, 미공개 자료 열람 등 혜택을 받는다. 틴탑의 소속사 티오피 미디어 측은 “10대 팬들을 고려해서 가입비를 저렴하게 책정했다”고 설명했다.
팬클럽은 좋아하는 스타를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친다. 해당 연예인의 활동 분야에 맞춰 음반, 콘서트, 드라마, 영화 등을 챙기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스타의 소속사 대신 홍보 활동에 나서기도 한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종종 보이는 아이돌 그룹의 컴백 예고 광고가 그것이다. 생일이나 기념일을 축하할 때도 이런 광고를 적극적으로 활용한다. 배우 장근석의 팬클럽은 지난해 장근석 데뷔 20주년을 맞아 세계적인 일간지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에 전면광고를 실었다. 또 1달 동안 국내 라디오 광고를 하고, 지하철 5호선에 8량으로 구성된 ‘장근석 열차’ 등을 마련했다. 소녀시대, 슈퍼주니어, 틴탑, B1A4, 이민호 등 다양한 스타들의 팬클럽은 서울 시내 한복판에 전광판 광고를 선물했다.
그러나 팬덤의 입김이 커지면서 부작용도 나타난다. 지난해 방송된 MBC 드라마 ‘보고 싶다’의 주인공 박유천 팬들은 배우 장미인애의 캐스팅에 강한 거부감을 드러내며 시청자 게시판 등을 통해 장미인애 하차를 요구하는 글을 도배해 논란을 낳았다.
소속사의 기획력이나 스타 관리에 불만을 느껴 항의 전화와 메일을 쏟아붓는 경우도 많다. 주로 성인팬 층이 많은 스타의 팬클럽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이다. 한 연예관계자는 “마케팅 방법을 하나하나 가르치는 전화까지 받아봤다”면서 “팬들은 스타의 좋은 면을 주로 접하다 보니 자세한 내막도 모른 채 무조건 소속사를 공격할 때가 많다”고 고충을 털어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