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키스탄 산악지형을 손바닥처럼 간파하고 이란 핵시설도 해킹하는 미국이 유독 북한 앞에서는 기초적인 첩보 입수조차 쩔쩔매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인터내셔널헤럴드트리뷴(IHT)은 6일(현지시간) 미국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의 첫 백악관 정상회담을 앞둔 상황에서도 미국 정부가 북한의 핵위협의 노림수나 핵무기 현황에 대해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정보당국은 지난달 북한의 3차핵실험에 사용된 물질을 알아내지 못하면서 큰 망신을 당했다. 한국과 함께 120여 개 관측소를 총동원해 북한이 우라늄과 플루토늄 중 무엇을 핵폭발에 썼는지를 조사했으나 무위에 그쳤다.
북한이 실제 핵탄두를 장거리 미사일에 실어 미국을 공격할 수 있는지를 놓고도 관측이 엇갈린다. 미국 국방부 산하 국방정보국(DIA)은 북한이 핵미사일을 보유한 것으로 보인다는 보고서를 냈다가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달 이를 정면 부인하는 촌극이 빚어지기도 했다.
북한이 과거 3차례 핵실험으로 우라늄 농축 등 핵무기 양산 역량을 확보했는지, 또 태평양을 넘어 미국 본토까지 타격할 수 있는 장거리 미사일을 실제 보유했는지도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북한은 이동이 자유로운 미사일 발사 체제를 도입해 미국의 첩보위성 추적을 따돌린다.
그러나 최대 문제는 미국이 김정은 북한 국방위 제1위원장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이 부친인 김정일 만큼 제대로 정권을 잡고 있는지조차 정부 관계자에 따라 말이 다르다. 미국 정부는 최근에야 김 제1위원장이 집권 뒤 부친의 선군정치를 포기하고 경제개혁을 할 것이라는 미 중앙정보국(CIA)의 최초 관측이 완전히 틀렸다는 것을 인정했다.
중국도 북한 수뇌부에 대해 귀띔해달라는 요청에 고개를 젓는다. 김 제1위원장은 선대와 달리 중국 고위층과 접촉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김 제1위원장을 직접 만나본 미국인은 지난 2월 평양에서 농구경기를 같이 본 '코트의 악동' 데니스 로드먼이 유일하다.
미국의 한 정보당국 관계자는 "북한에 비하면 시리아나 이란은 펼쳐놓은 책처럼 파악이 쉽다"고 비꼬았다. 전 CIA 부국장 존 매클로플린은 "북한은 첩보의 블랙홀"이라고 했다.
정보가 부족한 만큼 상황이 심각하다. 북한과의 대화와 교류를 재개해 최소한 사실관계를 교차 확인할 수 있는 기반을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