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에 따른 엔저 광풍에 힘입어 일본 개인투자자들의 외환거래가 급증하고 있다고 14일(현지시간)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일본 재무부의 주간 대외 증권(주식·채권) 매매 상황 보고서에 따르면 일본 투자자들은 지난달 21일 이후 2주 연속 해외 주식·채권을 순매수했다. 금액은 4636억 엔(약 5조원)에 이른다.
일본은행(BOJ)이 공격적인 통화정책을 발표한 지난달 4일 이후에는 달러·엔의 하루 매매 대금이 평균 1060억 엔으로 지난해 285억 엔의 3.7배에 달했다.
특히 유로화 등 다른 통화보다 달러화 거래 비중이 크게 늘면서 전체 금액을 끌어올렸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당국의 무차별 ‘돈 살포’로 엔저가 가속화하고 있는 가운데 달러·엔 환율이 지난 9일 심리적 마지노선이었던 100엔을 넘어서자 일본 투자자들이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는 분석이다.
달러·엔 환율은 현재 101엔 중반에서 움직이고 있다. 전날에는 장중 102.21엔까지 치솟으면서 2008년 10월 이후 최저치를 나타내기도 했다.
G20(주요 20국)에 이어 최근 G7(주요 7국) 재무장관·중앙은행 총재 회의에서도 일본의 통화정책을 사실상 용인하면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가속화할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서는 엔 캐리 트레이드(yen carry trade)가 본격화하는 게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엔 캐리 트레이드란 투자자들이 저금리의 엔화 자금을 빌려 고금리의 해외 자산에 투자하는 것을 가리킨다. 제로 금리인 엔화 자금을 빌려 해외에 투자하면 고금리에 엔저로 인한 환차익까지 얻을 수 있어 투자자로서는 일석이조의 이익을 기대할 수 있다.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확대되면 엔저에 더욱 힘이 실릴 수밖에 없다고 신문은 전했다.
타케 리키야 오카산증권 투자전략부장은 “와타나베 부인은 일단 현재의 엔저 현상을 주시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손에 얻은 이익을 바탕으로 엔 매도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캐리 트레이드(carry trade)
저금리의 자금을 빌려서 고금리나 고수익이 기대되는 외국의 채권·주식에 투자하는 금융 기법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면 해당 통화의 가치는 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