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식회사 중국’의 ‘주식회사 미국’ 사냥이 본격화하고 있다.
중국 육가공업체 솽후이가 세계 최대 돈육 생산업체인 미국 스미스필드푸드를 47억 달러(약 5조32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29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보도했다.
이는 중국의 미국기업 인수 사상 최대 규모다. 부채 등을 감안하면 이번 인수에서 솽후이는 스미스필드의 가치를 71억 달러로 잡은 셈이라고 FT는 전했다.
솽후이는 중산층의 부상에서 비롯된 중국 내 돼지고기 수요 증가에 부응하고 스미스필드의 선진적인 식품관리기법 등을 들여와 자국의 식품안전에 대한 불안을 억제하고자 이번 인수를 추진한 것으로 풀이된다.
솽후이는 주당 34달러에 스미스필드를 인수하기로 했다. 이는 스미스필드의 28일 종가에 31% 프리미엄이 붙은 것이다.
인수 합의 소식이 전해지자 스미스필드 주가는 이날 뉴욕증시에서 28.4% 폭등했다.
이번 인수는 미국 정부의 승인을 거쳐야 한다. 솽후이가 미국에서 영업을 하지 않고 있으며 식품업체라는 사실을 감안하면 반독점이나 국가안보 위협처럼 미국 정부가 인수를 반대할 이유는 없다고 FT는 전했다.
래리 포프 스미스필드 최고경영자(CEO)는 “우리는 탱크와 총을 수출하지도 않고 사이버안보와 관련이 없다”며 “우리는 돼지고기를 판다”면서 정부의 승인을 낙관했다.
솽후이 측 소식통도 “솽후이는 국영기업이 아니라 민간기업이어서 워싱턴의 정치적 우려를 덜 것”이라고 말했다.
포프 CEO는 이날 애널리스트들과의 콘퍼런스콜에서 “이번 인수로 우리가 중국산 돼지고기를 수입하는 것이 아니라 중국이나 다른 아시아 국가에 스미스필드의 제품을 더 많이 수출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그는 “스미스필드의 미국 영업에는 아무 지장이 없을 것”이라며 “이번 인수는 우리의 비즈니스뿐 아니라 우리를 위해 일하는 공급업체들에도 이로운 것”이라고 덧붙였다.
스미스필드는 전 세계 12국에 돼지고기와 햄 등을 수출한다. 현재 중국은 스미스필드 수출의 25%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중국은 지난 겨울 상하이의 식수원인 황푸강 상류에서 수천 마리의 돼지 사체가 발견되는 등 식품과 환경에 대한 불안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다른 중국업체처럼 솽후이도 돼지고기 대부분을 영세 축산농가로부터 공급받고 있다. 솽후이는 지난 2011년 금지약물로 사육한 돼지고기가 적발돼기도 했다.
샤운 레인 차이나마켓리서치 이사는 “솽후이는 매우 영리한 움직임을 보였다”면서 “이번 인수를 통해 솽후이는 미국 수준의 안전기준을 적용하고 있다는 신뢰를 소비자에게 심어주기를 원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