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사회의 고령화 그늘이 더욱 짙어지고 있다.
베이징대와 칭화대 등 중국은 물론 세계은행(WB)과 홍콩대 등 전 세계 학자들이 참여해 중국 전역 1만7708명의 노인(60세 이상)을 대상으로 벌인 실태조사에서 23%의 응답자가 가난에 시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30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이 보도했다.
중국 전역에서 노인 삶의 질을 전면적으로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조사에 따르면 중국 1억8500만명의 노인 인구 가운데 23%에 해당하는 4240만명은 연 소비지출이 3200위안(약 59만원) 미만이었다.
노년층의 육체와 정신적 건강도 심각한 수준이다.
노인들의 38%는 질병과 장애 등 일상생활이 힘들 정도로 육체적으로 문제가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40%는 우울증 증세를 호소했다.
중국 노인의 가난과 질병, 정신건강 이상은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심각한 수준이라고 WSJ는 전했다.
미국 통계국에 따르면 65세 이상 미국인 가운데 가난에 시달리는 사람은 8.7%다. 미국 미시간대가 50세 이상의 은퇴자들을 대상으로 진행하는 장기추적보고서 최근 결과에 따르면 응답자의 26%가 육체, 27%는 정신건강에 각각 문제가 있다고 대답해 역시 중국보다 그 비율은 크게 낮았다고 WSJ는 전했다.
고령화가 빨라지고 있어 이런 열악한 노인 삶의 질은 앞으로 사회와 경제에 심각한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은퇴 이후 가난에 시달릴 것을 우려해 중국 주민이 소비를 줄이고 저축에 더욱 초점을 맞출 수 있기 때문. 이는 기존의 투자와 수출에서 소비 중심으로 경제성장 모델을 전환하려는 중국 정부의 노력에 걸림돌이 될 수도 있다고 전문가들은 내다봤다.
유엔은 중국은 근로가능연령인구(15~64세) 대비 노인(65세 이상) 비율이 지난 2010년의 11에서 2050년 42로 높아질 것으로 내다봤다.
홍콩과학기술대의 앨버트 파크 교수는 “중국은 저소득 국가이면서도 고령화에 직면하는 매우 독특한 현상을 겪고 있다”면서 “중국은 발전 단계에서 상당히 초기에 고령화 문제를 겪는 셈”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