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기업 사옥에도 녹색 바람이 불고 있다. 지속되는 전력 대란에 전기를 자급하거나 에너지 사용량을 획기적으로 줄일 수 있는 녹색 건축을 사옥이나 사업장에 적용하고 있는 것.
대표적인 녹색 건축물은 성남시 판교에 위치한 SK케미칼 사옥 ‘에코랩(EcoLab)’이다.
에코랩은 ‘미국 친환경 건축물 인증(LEED)’ 단계 중 국내 최초로 최고 등급인 플래티넘 등급을 획득했다. 우리 정부의 친환경 건축물 인증(GBCC)에서도 역대 최고 점수인 110점을 받아 관심을 모았다.
에너지 절감·친환경 등의 이슈가 부상하면서 SK케미칼의 에코랩은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기도 했다.
네덜란드 재무부 차관과 주한대사, 미국 로터리 클럽 등 국내외 국가기관·기업체 관계자 2500여명이 에코랩 투어 프로그램에 참여했다.
SK케미칼 관계자는 “에코랩의 경우 연간 40%의 에너지 절감, 33%의 탄소 배출 저감 효과를 내기 때문에 건물의 유지·관리 비용이 경제적일 뿐 아니라 지구 환경에 기여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설명했다.
여름에는 실내의 높은 열을 땅으로 방출하고, 겨울에는 지열을 흡수해 난방에 필요한 온도로 올린다. 하루 8시간씩 난방 5개월, 냉방 4개월을 할 경우 연간 117㎿h의 전력 소비를 절감할 수 있다. 이 정도면 연간 49톤의 이산화탄소 배출을 저감하고, 4176그루의 소나무를 심는 효과와 맞먹는다.
SK케미칼과 포스코에너지가 녹색 건물을 지향하며 사옥을 건축했다면, 기존 건축물에 에너지 절감 시스템을 도입해 전기 아끼기에 나선 곳도 있다.
서울시 서초구 서초동의 삼성물산 본사 건물은 지난 2008년 1월 완공했지만 건물에너지관리시스템(BEMS)과 빌딩자동화시스템(BAS), 건축물 운영관리 역량을 결합해 에너지 효율을 획기적으로 높였다.
이에 미국 그린빌딩위원회로부터 친환경건축물인증(LEED) 기존 건축물 관리분야(EBOM)골드등급을 획득했다.
SK텔레콤 또한 사옥에 클라우드 BEMS를 적용해 에너지 절감에 동참하고 있다. 클라우드 BEMS는 건물 안의 조명, 냉ㆍ난방기, 공조기 등을 중앙관리센터에서 실시간으로 관리ㆍ분석ㆍ제어할 수 있다.
출입카드를 찍고 들어서면 이 직원의 자리 근처에만 조명이 켜지며 퇴근시 조명 등이 자동으로 꺼지는 방식이다. 평균 5~15% 에너지를 절감할 수 있고, 실제로 SK텔레콤이 지난 2011년 9월 클라우드 BEMS를 서울 을지로 본사를 포함한 사옥 3개동에 시범 도입해 월 평균 8% 에너지 절감 효과를 거두기도 했다.
특히 전력대란이 일회성이 아닌 일상화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해 기업들은 사옥을 건설할 때 에너지 저감형 건물을 선호하고 있다.
현대건설이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동에 공사 중인 전국경제인연합회 건물은 미래지향적 친환경 저에너지 계획에 따라 건물 일체형 태양광시스템을 지붕과 입면에 설치했다.
특히 외벽 커튼월에 건물 일체형 태양광시스템(BIPV)을 설치해 그린에너지를 생산하도록 했다.
또한 대구신서혁신도시로 이전하는 한국가스공사 신사옥은 태양광발전설비, 지중열을 이용한 냉난방시스템 등을 갖춘 에너지저감형 건물로 탄생한다. ‘에너지소비형 건물’에서 ‘에너지생산형 건물’로 패러다임을 전환하기 위해 태양광과 지열, 풍력 등 각종 신재생 에너지설비(1398㎾)를 구축, 에너지 자급률 10%를 달성할 계획이다.
신사옥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은 268㎾h/㎡·연 수준으로 일반 건물 에너지 소비량의 약 45%(11억원)를 절감할 것으로 보인다.
기업 관계자는 “전력대란 속에서 블랙아웃에 대한 우려는 이미 몇년간 지속돼 온 상태고 앞으로 전력 부족은 계속해서 있을 것이라고 본다”며 “이에 기업들은 에너지를 가장 많이 쓰는 사옥에서부터 에너지를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