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현 CJ그룹 회장이 구속 수감되면서 ‘경영 공백’에 빠진 CJ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가동했다. CJ그룹은 전문경영인이 중심이 된 경영위원회를 구성해 ‘선장없는 CJ호’의 우려감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으로 계열사별 책임경영제가 대폭 강화될 것으로 보인다.
경영위원회는 그룹의 주요 현안을 심의, 결정한다. 중요심의 사항으로는 그룹의 경영안정과 중장기 발전전략, 그룹 경영의 신뢰성향상 방안, 그룹의 사회기여도 제고 방안 등이 포함된다.
CJ 그룹 관계자는 “전문 경영인 체제를 강화함과 동시에 안정적 그룹 경영을 지속하기 위해 경영위원회체제를 도입하게 됐다”며 “주요 현안에 대한 그룹의 의사결정은 위원회에서 심의하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각 계열사는 이사회와 CEO를 중심으로 책임 경영을 더욱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이는 대외적으로는 손 회장이 이 회장 대신 그룹을 대표하고 각 사업부문별 전문경영인의 역할이 강해지는 것으로 해석된다.
손 회장은 지난 2005년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을 맡으며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 8년만에 그룹의 최대 위기 상황에서 현직에 복귀하게 됐다. 올해 74세인 손 회장은 서울대 법학과를 졸업한 후 1977년 삼성화재 대표이사 사장을 거쳐 삼성 그룹내에서 줄곧 전문경영자 자리를 맡아왔다. CJ가 삼성과 분리된 이후인 1995년부터는 CJ그룹 회장직을 지켜오고 있다.
이 회장의 누나인 이미경 CJ E&M 부회장은 CJ E&M 등 방송·통신 관련 사업을 담당해왔지만 업계 전반에서 영향력을 발휘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관훈 CJ 지주사 대표는 CJ제일제당과 CJ대한통운, CJ프레시웨이 등 식품·물류 관련 사업에 집중하고, 이채욱 CJ대한통운 부회장과 김철하 CJ제일제당 사장 등 전문경영인들의 책임도 커질 것으로 보인다.
CJ그룹이 비상경영체제를 본격 가동함에 따라 유보될 가능성이 높았던 해외투자 및 M&A(인수·합병) 등이 순조롭게 추진될 지에 대한 업계 안팎의 관심이 높다. CJ그룹은 올해 사상 최대 규모의 3조2400억원 투자 계획을 발표하고, CJ제일제당의 해외 바이오 공장 증설과 CJ CGV의 해외 사이트 확장, CJ푸드빌 해외 매장 확대, CJ 오쇼핑의 해외 진출 등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CJ그룹 측은 “비상경영체제 가동으로 최대한 차질없이 진행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