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철마다 반복되는 강남역 일대 일부 침수 이유가 삼성전자 사옥 관련 부실공사 때문이라는 주장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서울환경연합은 지난달 13일 기자회견을 열고 “강남역 하수관 현장조사 결과 총체적 부실이 확인됐다”며 “삼성전자는 특혜로 얻은 이득을 침수 피해 예방 등 사회에 환원하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서초구가 삼성전자의 편의를 봐주기 위해 강남역 지하통로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공익을 침해하면서까지 무리하게 공사를 승인해 2010년 이후 강남역 일대가 홍수에 시달리고 있다”며 “비가 오면 물이 빠질 수 있게 설계됐어야 할 강남역 하수암거는 물이 원활하게 흐를 수 없는 기형적인 모습이 됐다”고 비판했다.
앞서 서울환경연합은 시민환경연구소와 함께 강남역 하수관거 현장조사를 실시해, 빗물 등 하수가 통과하는 하수관거는 △역경사 △각도 △통수단면축소 등 총체적 부실로 ‘병목현상’이 발생할 수 밖에 없는 구조라는 점을 밝혀냈다.
서울시와 감사원 감사에서도 동일한 문제가 지적됐다.
지난 4월 발표된 서울시의 ‘강남역 일대 침수발생 관련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강남역) 해당 구간은 2005년부터 하수도 설치가 계획돼 지하 4m 까지는 보도를 설치할 수 없었는데도, 서초구청은 삼성전자의 요청에 따라 이를 불법 승인했다.
서울시는 이에 따라 서울지방경찰청에 구청 공무원과 용역사 직원 등이 보고서를 조작했을 가능성 등에 대한 수사를 의뢰했다.
지난해 5월 감사원이 발표한 ‘도시지역 침수 예방 및 복구사업 추진실태’ 보고서 역시 강남역에서 삼성전자로 연결되는 출입 통로를 원인으로 지목했다.
감사원은 “강남역에서 삼성전자로 연결되는 출입 통로 때문에 하수암거(지하에 매몰된 수로) 형태가 바뀌면서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하수암거가 통과하는 위치에 지하철 연결통로를 설치하면서 뒤늦게 설계를 바꿔 하수암거를 ‘역경사’로 만들었기 때문이라는 설명이다.
이 때문에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야 할 물이 1.5m 높이 오르막과 30cm 직각 턱을 만나는가 하면, 일직선으로 설계돼야 할 하수도관이 두 번이나 직각으로 꺾인다. 또 물이 통과할 수 있는 면적이 높이 3m에서 1.5m로 좁아지는 상황도 발생했다.
감사원의 시뮬레이션에서는 이같은 설계 변경으로 강남역에서 시간당 81㎥의 물이 솟구칠 것으로 분석됐다.
이같은 문제는 서울환경연합 등이 공개한 증거 영상에서도 확인된다. 서울환경연합은 “상황이 이렇다보니 하수도로 몰린 빗물이 제대로 흘러가지 못하고 도로 위로 역류 한 것은 당연한 일이었을지도 모른다”며 “침수를 예방하기 위해 투자한 400억원 시민의 혈세가 고스란히 홍수가 되어 돌아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같은 강남역 상습침수 해결을 위해 서울환경연합은 삼성전자 지하주차장을 임시 빗물저류조로 활용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이들은 “수십 년 빈도의 홍수를 기준으로 한 대심도터널은 공사비만 1000억 원가량 든다”며 “임시저류조의 경우 큰 비가 예보될 때만 주차장을 비우면 되고 방수처리와 홍수 이후 청소 등의 예산만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