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원들 ‘강제 휴가’ 보내는 은행들… 왜?

입력 2013-07-24 09: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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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 악화에 인건비 비상…유급연차 소진 적극 나서

“올해도 관리자급 이상의 연차휴가 소진은 의무사항입니다”

최근 한 시중은행 간부회의에서 나온 말이다. 수익성 악화에 은행권 종사자들의 여름휴가 분위기가 예년과 달라졌다. 은행마다 임원수 감축, 연봉 인하 등 본격적인 군살빼기 작업에 돌입하면서 예년보다 일찍 강제 연차 휴가제가 거론되고 있다.

24일 은행권에 따르면 인건비 관리에 비상등이 켜지자 유급 연차를 5일 이상 소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예년보다 두달가까이 일찍 연차사용 촉진 문서를 작성하고 있는 셈이다.

은행권은 안으로는 실적악화, 밖으로는 금융당국의 압박 등 이중고를 치르고 있다. 수익 악화가 심각한 가운데 은행권의 성과체계에 대한 금융당국의 점검까지 맞물리면서 인건비 절감이 화두가 됐다.

최근 3년동안 은행권은 임직원을 대상으로 연차 사용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갈수록 좋지 않은 경영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방안으로 연말에 지급되는 연차보상금을 조금이라도 줄이기 위한 자구책이다. 직원의 수당까지 아껴야 할 정도로 은행들이 느끼는 경영환경은 심각한 수준이다.

최근 외환은행은 유급 연차를 5일 이상 소진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다. 하나은행과 신한은행은 1~2년 전부터 보름 내외에서 연차 휴가를 모두 쓰도록 하고 있다. 직원들은 올해도 여름휴가 외의 의무연차 사용을 기정사실화하고 있다.

한편 인건비 절감을 위해 각 금융사들이 대대적으로 연차 사용을 권장하고 있지만 이를 반기지 않는 직원들도 적지 않다. 은행의 경영상황에 따라 연차사용을 권장할 수는 있지만 의무화해서 직원들의 선택권을 뺏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그동안 많은 직원들은 연차를 사용하기 보다는 그에 대한 보상금을 받아왔다. 연차를 사용하지 않을 경우 휴일 근무 수당이 적용돼 평일에 근무하는 것보다 더 많은 임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제 강제 연차는 은행권에 거의 자리잡았다”면서 “은행 전체적인 분위기가 연차를 사용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형성돼 올해만큼 휴가 인심이 좋을 때가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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