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되면서 보험산업이 점점 활력을 잃고 있다. 국내 보험산업은 자산 600조원 규모의 거대 시장으로 성장했지만, 성장세는 점점 둔화되고 있다. 특히 보험산업은 금리에 취약하지만 현 저금리 구조는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여 보험업계의 시름이 커지고 있다.
◇ 생보사 신계약률 10년간 반의반 토막…손보사 순이익도 급감 = 2000년대 들어 생보사 신계약률은 평균 25% 정도로 급속히 위축됐다. 2002년 신계약률은 32%에 달했으나 2003년부터 2007년까지 20%대 중반까지 하락했다. 2008년 이후에는 20%대 초반까지 하락한 데 이어 2011년에는 19.4%로 감소했다.
자산 증가율도 침체되기는 마찬가지다. 특히 글로벌 금융위기가 휩쓸고 간 2008년에는 7.5%까지 떨어지며 반토막이 났다. 이후 점차 회복세를 보이고는 있지만 상승 폭은 크지 않다.
그렇다고 보험시장에 활력을 불어넣을 마땅한 신상품도 없다. 그동안 개인연금, 종신보험, 퇴직연금, 즉시연금 등이 보험시장 성장을 견인했지만 이제 시장 규모가 정체 단계에 와 있다.
보험시장 정체에 보험사의 체력도 약화되고 있다. 연초 금감원이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 제출한 보험사 스트레스 테스트 결과에 따르면 경제성장률 1%대, 금리는 작년보다 1%포인트 하락, 부동산 가격 향후 5년간 5% 하락 등의 조건이 5년 동안 지속될 경우를 가정할 때, 생보사 순익이 40% 이상 줄고, 보험금 지급능력을 보여주는 건전성 지표인 위험가중자기자본(RBC) 비율은 100%포인트 이상 하락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 경우 상당수 생보사들이 파산 위험에 노출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손보사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손보사는 장기보험으로 수익을 내고 있지만 저금리와 자동차보험 및 실손보험의 손해율 급등으로 순이익이 감소하고 있다.
손보사의 지난해 2분기 운용자산 이익률은 4.56%를 기록했지만 3분기 2.65%에 이어 4분기 2.42%까지 하락했다. 올해 3월 말 기준 영업이익률은 2.78%로 지난 2011년(4.08%)보다 1.3%포인트 하락했다.
특히 자동차보험의 경우 온라인 시장으로 주력 판매채널이 바뀌면서 원수보험료는 감소한 반면 자연재해, 교통사고로 인한 손해율은 점점 늘어 업계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삼성화재·현대해상·동부화재·LIG손해보험 등 주요 손보사 및 다이렉트 차보험의 올해 1~5월 평균 손해율은 84.9%로 전년 동기 대비 3.2%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적정 수준인 7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 저금리 공포…역마진 위험에 빠진 보험사 = 무엇보다 가장 심각한 문제는 보험사들이 저금리 공포의 늪에 빠져 허우적대고 있다는 것이다. 보험상품은 일반 금융상품과 달리 10년 이상 장기적인 기간을 염두에 두고 설계된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에 보험산업은 저금리에 특히 민감할 수밖에 없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2000년 평균 연 7%대를 웃돌았지만 꾸준히 하락해 올해 들어선 연 2% 중반대를 형성하고 있다. 불과 10년 만에 금리가 5%포인트 이상 떨어진 셈이다. 이 같은 저금리·저성장의 장기화는 보험수요를 위축시키고 보험사의 자산운용 수익률을 떨어뜨린다. 고정금리를 보장한 상품이나 변동금리라 해도 최저금리가 보장되는 상품이 적지 않아 보험사의 이자마진은 줄어 역마진 위험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실제 우리아비바·KDB·KB·BNP파리바카디프·메리츠화재·한화손해·롯데손해·그린손해·흥국화재·LIG손해·악사손해·현대하이카다이렉트 등의 RBC 비율은 이미 200% 미만으로 떨어졌다.
저금리 장기화로 역마진이 현실화되면서 보험사들은 자본 확충과 수익성 확보라는 과제를 동시에 안게 됐다. 자본이 넉넉한 보험사들은 영업력 확대에, 그 반대의 보험사들은 내실 경영 강화에 주력하는 등 보험사마다 대응책도 엇갈리고 있다.
금융당국은 보험사의 자산운용 규제를 완화하고 상품개발의 자율성을 확대하는 제도개선을 통해 돌파구를 찾고 있다.
다음달부터 시행에 들어가는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 개정안에 따르면 금감원은 해외채권 투자 활성화를 위해 RBC제도 금리 리스크 적용 기준과 SOC사업 투자 관련 신용 리스크 적용 기준을 완화했다. 당국은 또 보험사의 공공기관 사업 투자를 확대하기 위해 정부가 결손을 보전하는 사업부문에 대해 신용 리스크 산출 때 위험계수를 적용하지 않도록 개선키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