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경제성장률이 2.8%(한국은행)로 예상되는 등 저성장이 이어지고 있는 가운데, 성장둔화의 원인을 둘러싼 해외 여러 전문가들의 지적이 새삼 주목받고 있다.
해외 전문가들은 글로벌 경제위기와 함께 한국경제가 침체기를 맡고 있는 데 대한 대내 요인으로 ‘기업규제로 인한 경쟁력 약화’와 ‘위기불감증’ 등 크게 두 가지를 꼽았다.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미국 경제학 교수 33인에게 ‘한국경제 진단 및 새 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해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한국경제의 취약점으로 가장 많은 48.5%가 정부 기업규제 강화와 경쟁제한 정책이라고 응답했다.
박근혜 정부가 경제민주화 바람을 뒤로하고 최근 기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경제활성화로 기조를 전환한 것도 이런 진단과 맥을 같이한다. 설문에서는 또 경제력 집중에 따른 문제 해결을 위해 법·제도 등 정부의 인위적 규제(30.3%) 대신 시장 자율 및 경쟁에 의한 대기업의 독점적 지위 해소(75.8%)를 유도해야 한다고 답변했다.
리처드 돕스 매킨지 글로벌 인스티튜트 소장은 ‘제2차 한국 보고서’에서 한국 경제를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의 개구리’로 묘사하며 위기불감증을 경계할 것을 주문했다. 그는 “한국인들은 위기가 닥치면 단결해서 극복하는 데는 뛰어나다. 마치 끓는 물이 담긴 냄비(pot)에 던져진 개구리가 재빨리 밖으로 뛰쳐나가는 것과 같다”며 “그렇지만 쇼크(충격)나 위기가 없어도 잘 대응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는 “‘한강의 기적’을 이끌었던 한국의 경제 성공 전략이 더 이상 작동하지 않고 있다”고 경고했다.
다른 전문가들은 가계부채 문제와 고령화, 제조업 중심의 성장 한계 등을 경제악화 요인으로 꼽기도 했다.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올해 한국의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하향조정한 데 이어 내년 전망치마저 어둡게 내다본 것도 이런 요인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다만 해외 전문가들은 한국이 양질의 교육과 인프라, 에너지 등의 자원을 갖추고 있는 만큼 위기탈출의 잠재력이 충분하며, 창의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하나의 돌파구가 될 수 있다고 입을 모았다.
미국의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회장은 지난 4월 한국에서 박근혜 대통령을 만나 “한국이 앞으로 창의력을 더욱더 활용하고 성공할 수 있는 영역으로 나갈 수 있다고 하신 것은 현명한 구상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지식재산(IP) 전문가인 차네스키 변호사는 “창조경제는 무엇보다 젊은 세대가 많은 아이디어를 창출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면서 “IP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서는 법·제도 등 시스템 개선도 중요하지만 아이디어가 창출될 수 있는 환경이 우선”이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