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뫼비우스', 불구 작품으로 작의는 온전히 전달됐나

입력 2013-09-03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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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뫼비우스' 스틸 컷(김기덕필름)

대사가 없다. 다만 비명과 교성이 난무한다. 어지러움을 일으킨다. 구토를 유발한다. 실제로 옆에서 어느 기자는 현기증을 호소하며 “토가 나온다”고 했다. 영화의 3분의 1은 안경을 벗고 봤다. 떠들썩했던 성기절단이나 직계 간 성관계 묘사 장면이 어디인지 어렵지 않게 알아볼 수 있었다. 자연스레 삭제된 장면이 상상 속을 맴돌았다. 엔딩크레딧이 나올 때 불편한 감정이 복받쳤다.

김기덕의 문제작 ‘뫼비우스’는 시종일관 끔찍함과 공포로 관객을 몰아넣었다. 시사회 참여자의 대부분이 잔인성과 엽기성을 염두에 두고 온 일명 각오를 단단히 한 사람들이었지만, 생각보다 그 강도는 셌다.

영화는 영상물등급위원회의 심의를 3번이나 받았다. 이는 상영 전부터 충무로 논란의 중심으로 떠오르는 원인이 됐다. 그리고 3분 정도의 분량을 삭제한 후 청소년관람불가 등급을 받았다. 영등위가 지적한 성기절단과 직계 간 성관계가 사라졌다. 이 부분에서 김기덕 감독을 비롯해 제작진의 우려가 있었다고 한다. 주제 전달에 있어 가장 중요한 장면이기 때문이다.

우려에 대한 답은 김기덕의 작의가 작품을 통해 제대로 전달됐는가를 보면 알 수 있다. 가족·욕망·성기가 애초에 하나라는 것이 감독의 의도였다. 삭제된 장면 없이 주제가 작품에 어떻게 반영됐는지가 초미의 관심사였다.

▲'뫼비우스' 스틸 컷(김기덕필름)

왜 가족과 욕망, 성기는 하나일까. 성기는 남녀를 하나로 만든다. 그리고 자식을 낳는 역할을 한다. 욕망이 성기를 사용하게 한다. 정상적인 가정이라면 욕망은 수평 교환이 이뤄지지만, 이 작품에서는 근친상간으로 인해 수직으로 교환이 일어난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상하좌우의 개념이 뒤섞인다.

남편의 외도를 괴롭게 지켜보던 아내는 술에 취해 극단적인 복수를 결심한다. 남편이 자는 동안 배반을 상징하는 성기를 절단하려는 것. 일이 그녀의 뜻대로 되지 않자, 남편의 분신인 아들의 성기를 칼로 잘라낸다. 이렇게 가족의 파멸을 시작된다.

성기가 없어 쾌락을 느끼지 못하는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스킨 마스터베이션’이라는 해괴망측한 쾌락수단을 찾아준다. 살이 찢어질 정도의 상처를 만들다 보면 어느 순간 오르가슴을 느낀다고 한다. 쾌락 뒤엔 극한의 고통이 뒤따른다. 하지만 이 기상천외한 쾌락은 임시방편밖에 되지 않는다는 것을 아버지는 잘 알고 있다.

마침내 성불구가 된 아들을 위해 아버지는 성기 이식을 감행한다. 이제 그의 욕망은 아들의 욕망으로 전이된다. 아버지와 아들의 성기가 하나로 결합된 후 어머니와 성관계를 맺으며 비로소 세 사람은 하나가 된다. 가족의 경계를 허물고 세 개의 성기가 만나 하나의 욕망을 이뤄낸다는 점에서 직계 간 성관계는 큰 의미를 지닌다. 감독의 작의를 가장 명쾌히 드러내는 장면은 영등위의 심사에 삭제됐다.

▲'뫼비우스' 스틸 컷(김기덕필름)

이 부분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하지만 적어도 영화가 표현하고자 하는 모든 장면을 다 포함하지 않아도 된다. 관객들이 직접 눈으로 확인하지 않아도 직계 간의 성관계가 일어났다고 무리 없이 전달된다. 따라서 작의는 분명히 전달됐다.

사실 김기덕은 뜻하지 않는 3번의 심의 과정을 통해 사회적인 메시지를 전달하기 원했다. 그는 기자회견을 통해 “영화가 제한상영가를 받을 때부터 이미 영화는 시작됐다”고 했다. 작품 내적인 작의만큼 그는 영화를 통해 자유 창작의지를 항변하고 있었다. 특히 전 세계 배급되는 모든 필름을 우리나라와 동일한 버전으로 제공한다고 밝혔다. 삭제된 장면은 이제 어디서도 볼 수 없게 됐다. 그는 예술적 표현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우리의 자화상을 영화가 투영하길 원했다. 그동안 영화계 일부에선 더 싸워보라는 시선이 많았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싸움 방식은 달랐다. 수용의 방식을 택한 것이다.

PS. 단순한 호기심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관객 중 비위가 약하거나 공포 영화를 싫어하는 사람은 보는 것을 그만두길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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