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양그룹 사태로 극단적 선택을 한 동양증권 직원의 유서다. 현재현 회장에 대한 원망으로 가득 차 있다.
시장의 쏟아지는 비난에 묵묵부답으로 일관하던 현 회장이 곧바로 입을 뗐다. 동양시멘트의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는 불가피한 선택이란 게 요점이다.
그러나 출입기자들에게 보낸 한 통의 이메일은 직원들과 투자자들의 공분을 잠재우지 못했다. 심지어 ‘사태 해결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는 현 회장의 말과 달리 그 가족들은 잇속 챙기기에 바빴다. 아들(현승담 동양네트웍스 대표)은 해외로 도피하고 부인(이혜경 부회장)은 사금고에서 금괴를 빼갔다는 의혹이 확산됐다.
사실 현 회장의 경영능력 부재는 예전부터 경고음을 내고 있었다.
최소 1년 전부터 그룹 곳곳에서 위기가 감지됐지만 현 회장은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았다. 지난해 말 재무구조 개선 방안을 발표한 것이 전부다. 한일합섬, 동양매직, 동양파워를 팔겠다고 내놨지만 조건 등이 안 맞아 결국 매각에 실패했다. 그룹의 생존이 위협받는 상황에서 구체적인 조건보다는 조속한 매각이 우선시돼야 했지만 현 회장은 끝내 결단을 내리지 못했다.
게다가 지난해 말 동양네트웍스가 자금난에 시달릴 때 고(故) 서남 이양구 회장의 부인인 이관희 서남재단 이사장의 오리온 보유 지분 2.66%를 무상으로 빌려 1656억원의 현금을 만들었다. 현 회장은 이 돈으로 동양레저의 골프장 부지와 동양그룹연수원, 그리고 동양온라인 주식 매입 등에 사용했다. 1년 가까이 팔리지 않았던 그룹의 애물단지들이었다.
최근 동양이 ㈜동양, 동양인터내셔널, 동양레저, 동양시멘트, 동양네트웍스 등 5개사에 대한 법정관리 신청을 한 것에 대해서도 현 회장의 ‘꼼수’란 평이 지배적이다. 법정관리를 신청한 기존 경영주의 경영권을 유지하도록 하는 제도를 악용해 경영권을 손에 쥐려 한다는 지적이다.
결국 한떄 재계의 신사’로 불리던 현 회장은 국감장에 서게 됐다. 자금 확보를 위해 사기성 CP를 발행하고 개인투자자들에게 불완전 판매를 했는가가 쟁점이다.
4만명 투자자들과 7600명의 직원에게 ‘모럴해저드’(도덕적 해이) 아이콘으로 낙인 찍힌 현 회장, 그가 이번 국감에서 어떤 말을 꺼낼지 시장 참여자 모두가 관심을 쏟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