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병원, 특히 빅5로 불리는 상위 5개 병원의 일반병상이 태부족인 것으로 나타났다. 병실 10개 가운데 4개는 비급여 상급 병실로 운영하고 있었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고려대학교 윤석준 교수팀이 지난 5~7월까지 입원환자 1만여명과 1461개 병원급 이상의 요양기관을 대상으로 한 ‘상급병실·선택진료’ 실태조사 결과 이 같이 나타났다고 10일 밝혔다.
현행 규정상 병원들은 5인 이하 병실을 상급병실로 운영할 수 있는데 상급병실료와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일반병실료와의 차액은 환자가 부담해야 하는 비급여다. 비급여는 건강보험에서 지원하지 않아 환자가 비용을 전액 부담해야 하는 의료 항목을 말한다.
일반병실은 통상 6인실을 말하지만 일반병실 기준이 별도로 없어서 병원들은 여건에 따라 5인 이하 병실도 일반병실로 지정할 수 있다.
상급병실에 관한 실태조사 결과 병원급 이상 요양기관의 83.6%가 상급병실을 운영하고 있었고 상급 대형병원일수록 상급병실이 차지하는 비중과 상급병실료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병원급 이상의 일반병실 비중은 평균 74.1%로서 연구팀이 추정한 일반병상에 대한 환자의 요구도(82.2%)와 큰 격차를 보였다.
특히 대형병원으로 갈수록 일반병상 비율이 낮아지는 경향을 보였다.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등 진료비 기준 상위 5개 상급종합병원, 이른바 ‘빅5’ 병원은 일반병실 비율이 58.9%에 불과했다.
전체 상급병상의 30%가 2인실로 운영되고 있었고 특히 상급종합병원은 2인실 비중이 45.5%로 편중이 심했다. 빅5의 경우 1·2인실 병상비율이 90.2%로 매우 높았다.
일반병실이 부족해 상급종합병원은 입원 환자가 일반병실을 이용하려면 1일 평균 63명이 2.8일을 기다려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빅5는 1일 평균 118명이 약 3일간 대기해야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또 일반병실 입원을 위해 상급병실 1인실 또는 2인실을 3일간 사용하는 경우 환자는 평균 47~97만원의 상급병실료 부담이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상급병실료(일반병실료와의 차액)는 △1인실 1일 평균 12만4000원 △2인실 7만8000원 △ 3인실 4만원 △4인실 3만5천원 △5인실 2만5000원 수준이었다.
기관별로 가격편차가 상당해 상급종합병원의 경우 인실에 따라 5~14배 가격 차이가 있었다. 상급종합병원의 1·2인실 평균은 각각 24만3000원과 12만3000원으로 조사됐다.
빅5 병원의 1·2인실 병실료는 32만4000원, 15만8000원에 달했다. 빅5 중에서는 2인실 병실료가 22만4000원에 이르는 곳도 있었다.
한편 선택진료 제도 역시 병원 규모에 따라 활용률에 큰 차이를 보였다. 상급종합병원 전부, 종합병원의 41.4%, 병원의 12.2%가 선택진료제를 시행하고 있었다.
올해 6월 기준진료의사 3만4330명 중 선택자격을 갖춘 의사는 1만3403명(39.0%), 선택 진료의사는 9878명(유자격자의 73.7%)으로 나타났다. 빅5 병원은 선택진료 의사가 1523명으로 상급종합병원 전체 선택진료 의사의 27%를 차지했다.
조사 대상 전체 환자의 40%가 선택진료를 이용했고, 특히 빅5 병원 입원 환자는 93.5%가 선택진료를 이용했다고 답했다. 그러나 선택진료 환자 가운데 “자발적으로 선택했다”는 대답은 59%뿐이었다.
연구팀은 지난해 기준 상급병실료와 선택진료비 규모를 각각 1조147억원, 1조3170억원으로 추산했다. 이는 각각 병원급 이상 총수입의 4.2%와 6.5%, 비급여 총수입의 14.4%와 23.3%에 해당하는 것이다.
보건복지부는 이번 실태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연말까지 상급병실료, 선택진료비 등 비급여 제도 개선 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간병비의 경우 막대한 예산이 소요될 뿐만 아니라 현재 시범사업이 진행되고 있는 만큼 사업 결과가 나온 이후에 구체적 방안을 논의한다는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