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에서도 보험 민원은 골칫거리다. 금융 민원 중 보험 관련 민원 비중이 2011년 기준 미국 76.6%, 영국 70.1%, 독일 63.2% 등에 달해 48.2%인 우리나라보다 훨씬 높다. 영국은 현재 30%까지 줄어든 상태다.
하지만 선진국의 경우 민원 처리과정이 합리적이고 정확한 게 장점이다. 우리나라처럼 보험의 이미지가 나쁘지 않고 블랙컨슈머 비율도 낮다. 또한 어렸을 때부터 금융교육이 생활화돼 건전한 보험문화가 이미 자리 잡고 있는 것도 특징이다.
보험 민원을 줄이기 위해서는 민원의 정의부터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미국의 경우 보험 민원은 주정부의 금융 혹은 보험 담당부서에서 관리하고 있는데 주에 따라 관리방식이나 시스템이 조금씩 다르다.
미국의 CFPB(Consumer Financial Protection Bureau)에서 관리하는 금융업 민원은 금융상품 및 금융서비스와 관련된 불만에 국한돼 있으며 민원 접수 시 중복민원 제외, 민원제기 자격 제한 등 최소한의 선별과정을 두고 있다. 캘리포니아주의 경우 보험법의 보험 민원은 ‘이유 있는 민원’에 대한 정의로, 주정부 보험당국에서 공시 및 감독 대상으로 인정하는 민원을 의미한다.
영국은 미국과 다른 접근방식을 택하고 있다. 영국의 경우 금융사와 관련된 분쟁 민원의 접수 및 조정은 의회에 의해 설립된 FOS(Financial Ombudsman Service)가, 검사 및 제재 등 금융사 영업행위 감독과 금융소비자 보호는 행정기관인 FCA(Financial Conduct Authority)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다만 영국 역시 보험 민원 정의에 있어 민원의 범위가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국한돼 있고 이해관계가 있어야 한다는 점을 명확히 밝히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은 보험 민원의 범위를 관련 법규 및 사전계약 요율 위반 등 보험상품과 서비스에 직접 관련된 구체적 위반으로 명시하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들은 또 민원 제기 자격을 직접 피해를 입은 계약자와 그 대리인으로 제한하고 있다.
반면 우리나라의 경우 회사의 업무에 관한 단순한 질의나 건의, 감독규정 위배와 무관한 진정사항까지 민원 범위에 포함돼 있다. 전문가들은 이 같은 보험 민원 대상을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미국은 민원정보 공시내용도 우리나라에 비해 상당히 자세한 편이다. 영국의 경우 FOS와 FCA의 관리 민원 대상의 범위가 다르다. 즉 FOS는 보험소비자들로부터 접수하는 민원을 분쟁 민원에 한정, 일차적으로 해당 보험사를 접촉했음에도 만족스럽게 해결되지 않았을 경우에만 감독기관에 민원을 접수토록 하고 있다.
이에 따라 금융 소비자의 권익 향상에 기여하는 선진국의 공시방식을 강구하고 보험 민원 구조를 정확히 파악하기 위해서는 금융감독원뿐만 아니라 보험사에 접수되는 민원도 감독 대상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이경주 홍익대 교수는 “현재 금감원에서 모든 보험 민원을 관리·분석하지 못해 민원 발생의 근본적 원인 분석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며 “금감원이 모든 보험 민원을 감독할 수 있다면 정확한 원인 분석을 통해 민원이 감소할 것이고 이는 곧 보험소비자 가치 증대로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