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5일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통합진보당에 대한 해산심판 청구안과 소속 국회의원 의원직 상실 결정안을 헌법재판소에 제출함에 따라 진보당 의원들의 '운명'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정부가 정당에 대한 해산심판을 청구하는 것 자체가 헌정 사상 처음인데다 관련된 판례도 없기 때문이다.
만약 헌재가 정부의 청구를 받아들여 진보당을 '위헌정당'으로 결정한다고 하더라도 이후 소속 의원들에게 어떤 조치가 취해지는지에 대해서는 참고할만한 선례가 없는 상태다. 정부가 헌재에 의원직 상실 결정안을 별도로 제출한 것도 이 때문이다.
세계적으로는 독일이 연방선거법 제46조 4항에 위헌정당 판결에 따른 정당해산 시 소속 의원의 의원직을 박탈하도록 명문화된 규정을 두고 있다.
실제 독일 연방헌법재판소가 과거 사회주의제국당(SRP) 위헌 정당 판결시 "정당의 위헌성이 확인되면 해당 정당 소속 의원의 연방의회·주의회 의원직은 상실된다"고 판결한 사례가 있다.
국회 입법조사처는 5일 "헌재의 정당해산 심판 결과 정당이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의 지위가 유지되는지에 대한 법적 규정은 없다"면서 "법학계에서는 의원의 지위를 유지한다는 학설과 상실한다는 학설이 대립하고 있다"고 밝혔다.
◇ "의원직 상실" vs "의원직 유지"…절충설도 = 헌법학자 등에 따르면 위헌정당으로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 전체의 자격상실 여부에 관해서는 어느 법률에도 명시적 규정이 없다. 헌재의 이번 결정이 새로운 '기준'이 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다수다.
진보당에는 현재 김미희 김선동 오병윤 이상규 등 지역구 의원 4명, 김재연 이석기 등 비례 의원 2명이 속해 있다.
헌법학자들 사이에서는 위헌정당으로 결정됐을 경우 이들 의원의 자격에 대해 '자격상실설', '자격유지설', '절충설' 등 3가지로 의견이 갈린다.
우선 자격상실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지역구 의원의 의원직 상실은 당연하고, 특히 일반적인 정당 해산과 달리 위헌정당 해산시에는 '정당이 해산되더라도 비례대표직을 유지할 수 있다'고 규정한 공직선거법 192조 4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반면 자격유지설을 주장하는 이들은 현행 헌법이 정당 해산시 국회의원의 자격상실을 규정하지 않았고 선거법에 자진해산과 위헌정당으로 인한 해산의 구별이 없기 때문에 위헌정당 해산시에도 비례대표는 물론 지역구 국회의원도 당연히 의원직을 유지한다고 맞선다.
절충설은 비례대표 국회의원은 정당 대표성이 강하기 때문에 자격을 상실하지만, 지역구 국회의원은 지역 대표성이 강하므로 의원직을 유지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선관위 관계자는 "위헌 정당으로 해산될 경우 소속 의원의 자격 상실 여부에 대해 법에 명시적으로 규정된 바는 없다"며 "헌재가 판결 주문에 자격상실 여부에 대해 명시할 경우 그 결정에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 정당해산시 모든 재산 국고 귀속…대체 창당 금지 = 진보당에 대한 해산 결정이 내려질 경우 정당법에 따라 정당의 모든 재산이 국고에 귀속될 뿐 아니라 정치자금법에 따라 지급되는 국고보조금의 잔액도 모두 반환돼야 한다. 이미 사용한 국고보조금에 대해서는 소급 적용되지 않는다.
지난해 기준으로 진보당의 재산총액은 중앙당 4억400만원, 시도당이 7억700만원이었다.
정당보조금의 경우, 진보당은 지난해와 올해 1∼3분기에 각각 25억6천329만원, 20억5천381만원을 지급받았으며 오는 15일에 올해 4분기 정당보조금 명목으로 6억8천460만원을 지급받을 예정이다.
정당 해산결정이 내려지면 진보당의 강령, 기본정책과 동일하거나 유사한 대체정당의 창당이 전면 금지되고 진보당 명칭도 다시 사용할 수 없게 된다.
◇ 정당활동 가처분신청 결과 주목 = 법무부가 헌재에 정당해산 심판청구를 하면서 정당활동정지 가처분신청을 함께 제출함에 따라 이에 대한 헌재의 결정도 주목된다.
헌재는 정당해산 심판청구에 대한 본격적인 심리에 앞서 일단 가처분 인용 여부부터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통상 헌법재판은 소 제기 후 180일 이내에 처리해야 하지만 강제규정이 아니어서 몇 년씩 걸리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법무부에서 정당활동 가처분 신청이라는 '임시조치'를 요청한 셈이다.
정당활동정지 가처분 결정이 내려져도 현재 그 효력에 대해서는 법률에 명시적인 규정이 없기는 마찬가지지만 해당 정당의 명의를 내세운 일체의 정치활동이 정지돼야 한다는 게 헌법학자들의 다수 의견이다.
이 경우 정부의 국고보조금 지급이 보류되고 재산 처분도 금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