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계약선수(FA) 시장이 막을 내렸다. 롯데는 18일 오후 사실상의 마지막 FA 미계약자 최준석과 4년간 총액 35억원에 계약했다.
올시즌이 끝난 후 FA를 선언한 선수 중 외국 진출이나 은퇴를 선언한 선수를 제외한 진정한 FA는 16명이었다. 이 중 원소속구단과 계약한 선수는 9명.
일찌감치 해외 진출을 선언한 윤석민(KIA)을 제외하면 FA를 선언한 선수는 사실상 15명이다. 이 가운데 원소속팀과 계약하지 않은 선수는 6명이다. 원소속팀과의 협상 기간 후 곧바로 17일부터 일주일간 타 구단과의 협상 기간이 주어졌지만 이들 중 5명은 첫날 계약을 마무리했다. 17일은 일요일이었지만 이들은 대부분 오전에 계약을 마무리했을 정도로 빠른 행보를 보였다.
15명의 FA 선수 계약에 들어간 총 금액은 523억5000만원이다. 마지막 FA 계약자 최준석 이전까지 488억5000만원으로 이미 역대 최고액 기록을 세운 FA 시장은 내친김에 500억원을 돌파했다.
FA 시장이 과열 양상으로 치닫자 많은 구단 관계자들은 우려 일색이다. “이러다가 야구단이 문을 닫을 수도 있을 것”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선수 인건비가 한 시즌 운영비의 70%를 넘어가는 상황은 지극히 비정상적이다. 시장 규모와 실력에 비해 선수들의 연봉이 매우 높은 편”이라고 야구 관계자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물론 지난해 류현진을 미국으로 보내며 받은 포스팅 금액 약 260억원을 고스란히 투자할 수 있었던 한화의 역할이 컸다. 한화는 타 구단과의 협상이 시작된 첫날 정근우(총액 70억원)와 이용규(총액 67억원)를 137억원에 동반 영입했다. 1군 무대 2년차를 준비하는 NC 역시 이번 FA 시장까지는 보상선수에 대한 부담이 없어 이종욱(총액 50억원)과 손시헌(총액 30억원) 두 명을 한꺼번에 영입했다. 한화와 NC가 FA 시장 최대 수혜자임은 당연하다.
몸값 상승의 주역은 구단이다. 국내 프로야구단이 주로 모기업의 후원으로 운영되는 상황에서 자생력이 없는 구단들의 출혈경쟁은 실력, 상품성과 상관없이 선수들의 몸값만 올린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무조건 많이 받고 보자는 FA들 역시 몸값 상승의 주역이다. FA들은 공통적으로 “시장에서의 진정한 내 가치를 알고 싶다”는 말과 함께 시장으로 나오지만 약속이나 한 듯 대부분 첫날 계약을 마쳤다. 시장 가치를 확인하기 위해서는 천천히 다른 8개 구단과 만나 협상해야 하지만 이 과정은 애초부터 생략된 셈이다.
올시즌은 유난히 톱타자감이 많아 시장이 과열됐고 희소성 높은 포수 부문 역시 30세가 채 되지 않은 국가대표 강민호까지 나와 몸값이 크게 올랐다. 여기에 내년에는 역대 최고의 가치를 지닌 FA로 평가받는 최정(SK)까지 시장에 나온다. 총액 100억원도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이 벌써부터 나돌고 있을 정도다.
하일성 KBS 해설위원은 “50억원 이상을 받는 선수가 나오면 선수단 사이에 위화감이 조성된다”며 고액 FA의 등장을 우려했다. “구단이 쓸 수 있는 총액이 한정된 상황에서 고액 몸값을 받는 선수의 등장은 필연적으로 다른 선수와 2군 선수에게 피해가 갈 수밖에 없다”는 한 구단 관계자의 말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