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 속 희망을 쐈다.”
2013년 한국골프계를 한마디로 요약한 말이다. 골프장은 내장객 감소로 골머리를 앓았고, 용품업계는 내수 부진으로 허리띠를 졸라맸다. 불황의 시름을 시원하게 날려준 사건도 있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활약 한국 선수들의 승전보다. 올 한해 한국 골프계 ‘핫이슈 베스트5’를 정리해봤다.
◇한국 女군단, 美투어 ‘펄펄’·日투어 ‘쩔쩔’
한국 여자프로골퍼들은 LPGA투어 전성시대를 활짝 열었다. 28개 대회에서 9승을 합작하며 5명의 선수가 상금랭킹 ‘톱10’에 진입했다. 특히 박인비(25·KB금융그룹)는 메이저 대회 3연승 포함, 6승을 기록하며 상금왕(245만6619달러·25억8190만원)과 올해의 선수상을 휩쓸었다.
반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투어에서는 기대만큼의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36개 대회에서 11승을 합작했지만 안선주(26·4위)와 이보미(25·정관장·7위)만이 상금랭킹 ‘톱10’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상금왕 전미정(31·진로재팬)을 포함해 총 5명의 선수가 ‘톱10’에 진입했던 것과 비교하면 초라한 성적이다.
◇KPGA투어, 스타 부재 속 젊은 피 ‘희망’
한국프로골프(KPGA)투어는 스타 부재와 스폰서난이 이어졌다. 그러나 희망은 있었다. 이수민(중앙대2), 이창우(한체대2) 등 젊은 유망주들이 대거 등장했기 때문이다.
국가대표 3년차 이수민은 지난 6월 전북 군산골프장에서 열린 군산CC오픈에서 정상에 오르며 한국 골프계를 발칵 뒤집었다. 그는 지난해 한국아마추어선수권대회 우승, 2011년 아시아 아마추어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차세대 기대주다.
동부화재 프로미오픈에서 우승한 이창우는 지난 10월 중국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 아마추어챔피언십에서 우승하며 내년 PGA투어 마스터스 출전권을 따냈고, 11월에는 세계 아마추어 랭킹 6위에 이름을 올리며 역대 한국선수 최고 순위를 기록했다.
◇女골프, 춘추전국시대 속 세대교체 바람
KLPGA투어는 춘추전국시대 속 세대교체 바람이 거셌다. 매 대회 새로운 챔피언이 배출될 만큼 절대강자가 없는 국내 여자프로골프 무대는 장하나(21·KT)와 김효주(18·롯데), 김세영(20·미래에셋)이라는 트로이카 체제가 구축됐다.
특히 장하나는 하이트진로 챔피언십 등 3승을 챙기며 상금왕(6억8954만원)과 대상을 휩쓸었다. 슈퍼루키 김효주는 신인왕과 평균타수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김세영은 장하나와 공동 다승왕(3승)에 오르며 피날레를 장식했다.
◇골프공·샤프트…국산 용품 세계시장 정조준
국산 골프용품의 선전도 빛났다. 국산 골프공 제조업체 볼빅(회장 문경안)은 포나농 파트룸(24·태국), 린지 라이트(34·호주), 빅토리아 엘리자베스(21·미국) 등 메인 계약 선수를 비롯해 전 세계 약 200명의 프로골퍼에게 골프공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이일희(25)는 올해 LPGA투어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 국산 골프공 사용 첫 우승자가 됐다.
국산 샤프트 생산업체 MFS코리아(대표 전재홍)는 이루다, 오직 등 순수 한글 이름 샤프트로 전 세계 시장에서 맹위를 떨쳤다. 저스틴 로즈(33·잉글랜드)는 US오픈에서, 배상문(27·캘러웨이골프)은 바이런 넬슨 챔피언십에서 오직 샤프트를 사용해 우승해 알딜라(미국), 후지쿠라, 미츠비시(이상 일본)와 함께 세계적 샤프트 브랜드로 자리를 굳혔다.
◇日골프용품, 불황 속 한국지사 설립 물결
일본 골프 브랜드의 한국지사 설립도 줄을 잇고 있다. 미즈노는 지난 6월 서울 연희동에 지사를 설립, 본격적 브랜드 마케팅에 돌입했다. 일본 골프용품 브랜드의 한국지사 설립은 지난 2003년 PRGR(프로기아)를 시작으로 2011년 혼마골프 그리고 올해 미즈노까지 세 번째다.
이수남 미즈노 마케팅 차장은 “침체된 일본시장에 비하면 한국은 아직까지 성장 가능성이 높다. 특히 야구와 축구는 골프보다 큰 시장인 만큼 장기적 안목의 투자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