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영권 노린 글로벌 헤지펀드의 공격… 되살아나는 ‘소버린·칼 아이칸의 악몽’

입력 2013-12-26 1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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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KT&G 경영권 방어 위해 거액 투입… “지배력 약화땐 투기자본 노출”

정치권이 기업 지배구조 개선에 본격적으로 나선 가운데 재계가 다시 한번 ‘소버린·칼 아이칸의 악몽’을 떠올리고 있다. 재계는 지난 2003년 외국계 헤지펀드의 공격으로 경영권이 뿌리째 흔들렸던 트라우마가 재연될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다.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해 외국계 펀드나 경쟁기업들에 의해 경영권을 위협받았던 가장 대표적 사례는 ‘SK그룹의 소버린 사태’다.

SK는 지난 2003년 챈들러 형제가 운영하는 소버린 자산운용의 경영권 공격을 받았다. 소버린은 당시 SK 주식 14.99%를 매입해 2대 주주에 오른 뒤, 크레스트증권 내 5개 자회사에 이 지분을 쪼개 맡겼다. 증권거래법상 이사회 내 감사위원 선임 시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 합계는 3%로 제한되고 일반주주는 각각 지분율 3%를 적용받자, 보유 주식을 나눠 의결권을 전부 행사하기 위한 방안이었다.

이에 따라 SK는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지분율 규정으로 의결권이 3%로 제한된 반면, 소버린은 보유 주식의 의결권을 모두 행사했다. 소버린은 경영투명성 제고라는 명분으로 SK에 경영진 교체와 집중투표제 도입, 기업 지배구조 개선 등을 요구했다.

SK는 당시 1조원가량의 비용을 투입한 뒤에야 경영권을 방어할 수 있었다. SK 지분 매입에 1789억원을 투입한 소버린은 2005년 이후 보유 주식 전부를 매각해 9459억원의 차익을 실현했다.

기업의 지배구조 개선으로 인한 외국계 자본의 공격은 KT&G의 사례도 있다. KT&G는 지난 2006년 일명 ‘기업 사냥꾼’으로 불리는 칼 아이칸의 공격을 받았다. 칼 아이칸은 스틸파트너스와 연합해 KT&G 주식 6.59%를 매입한 뒤 주주총회에서 사외이사 1명을 확보, 자회사 매각을 요구하는 등 경영 개입을 적극 시도했다. KT&G는 당시 경영권 방어를 위해 2조8000억원을 투입했다. 칼 아이칸은 그 해 12월 주식을 매각해 약 1500억원의 차익을 얻고 떠났다.

재계 관계자는 “과거 사례에 비춰볼 때 기업 지배구조 개선으로 지배력이 약해질 경우 외국 투기 자본의 공격에 쉽게 노출될 수 있다”며 “글로벌 경기 침체로 기업들이 경영위기에 처하는 상황에서 지배구조 개선은 기업의 또 다른 불안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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