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대 국회가 2년 연속 해를 넘겨 국회 예산안을 늑장 처리했지만 이 같은 불명예는 올해가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인다. 내년도 예산안부터는 ‘국회선진화법’에 의한 예산안 본회의 자동부의제가 적용되기 때문이다.
이와 함께 예산안의 상정 및 심사를 예산안의 내용과는 무관한 정치적 쟁점 및 다른 안건의 처리와 연계시키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을 이노근 새누리당 의원이 대표 발의한 상태다. 이럴 경우 예산안 늑장처리 방지를 위한 이중 삼중의 제도적 장치가 마련되는 셈이다.
여야가 2012년 개정한 국회법에 따르면, 국회 예결특위는 예산안과 예산 부수법안에 대한 심사를 11월30일까지 마쳐야 한다. 이때까지 심사를 마치지 못하면 다음날 예산안을 자동으로 본회의에 넘기도록 했다.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 2일까지 예산안을 처리하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정부가 국회에 예산안을 제출하는 시점도 회계연도 개시 90일 전(10월30일)에서 120일 전(9월3일)으로 순차적으로 앞당겨지게 된다.
이 조항은 다른 선진화법 조항과 달리 정부와 국회 등 준비상황을 감안해 유예기간을 거쳐 올해 5월30일부터 시행된다. 해마다 반복되는 예산안의 늑장 처리에 대한 여론의 비판을 의식, 여야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을 준수하도록 일종의 강제 장치를 마련한 셈이다. 이에 따라 새해 예산안을 연말에 벼락치기하는 식으로 처리하는 구태는 되풀이 되지 않을 전망이다.
예산안 자동부의제 도입에 따라 여야의 예산안 심사도 변화가 예상된다. 그간 정치권은 예산안을 다른 쟁점 법안이나 정치 현안 등과 연계하는 방법으로 예산안 처리를 지연시키기 일쑤였다. 여당은 국회의장의 직권상정을 통한 예산안 단독처리 시도가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야당도 예산안 상정과 쟁점 현안을 연계하던 관행을 이어가기 힘들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자동부의제가 무력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의장이 각 교섭단체 대표의 합의가 있을 경우 자동부의제가 무력화되는 단서조항 때문이다. 여야가 첨예하게 대립하는 사안이 생길 경우 예산안 처리를 볼모로 정쟁이 되풀이 될 가능성이 여전히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