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초 정부는 행복주택 20만가구를 공급한다는 목표였지만 시범지구 주민들의 저항에 부딪혀 목표 물량을 14만가구로 축소했다. 대상부지도 본래는 철도부지나 유수지 등 도심 유휴부지를 활용하겠다는 계획에서 비껴나 공공용지와 도시재생용지, 공기업 보유 토지 등으로 확대됐다.
문제는 주민과의 마찰을 피해 목표물량을 채우려다보니 개발하기 쉬운 곳 위주로 사업지도가 옮겨가고 있다는 점이다. 특히 국토부가 새로 선정한 후보지 중 우선 추진키로 한 3곳 중 2곳(부산서구, 포천)은 이미 개발사업이 추진되던 곳으로 행복주택이라는 이름만 얹어 묻어가는 꼴이 됐다.
사업지의 중심축이 수도권에서 지방으로 옮겨졌다. 최근 국토교통부가 실시한 1차 지자체 행복주택 수요조사 결과 서울·부산·인천·광주·대전 등에서 약 3만7000가구의 사업 제안이 들어왔다고 한다. 본래 행복주택 시범지구는 서울 가좌·오류·목동·공릉·송파·잠실·경기 안산(고잔) 등 모두 수도권이 대상이었으나, 지자체로부터 신청을 받아 사업부지를 선별하게 되자 지방 위주로 행복주택 사업지가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행복주택은 전용면적 50㎡를 기준으로 사업비를 3.3㎡당 659만원으로 잡고 이 가운데 30%는 재정에서, 40%는 국민주택기금의 저리 융자금에서 지원하는 방식으로 추진된다. 지자체로서는 재정과 기금의 지원을 받아 사업을 추진할 수 있게 되기 때문에 선정만 된다면 ‘남는 장사’다.
지방이라고 해서 행복주택을 짓지 못할 이유는 없다. 다만 전월세난이 가장 심각한 서울·수도권이 개발의 우선순위에서 밀리게 됨으로써 행복주택을 통한 전월세난 해소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는 점은 안타깝다.
그럼에도 국토부는 “2017년까지 목표로 잡은 14만가구를 차질없이 공급할 수 있다”며 ‘성과내기’에만 혈안이 돼 있으니 답답한 노릇이다.